![](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AA.34257841.1.jpg)
“직원들이 몰에서 영업하는 게 아니라 보안관이 아파트를 지키는 느낌이었어요.”
김대수 HDC아이파크몰 사장이 지난해 7월 대표로 취임할 당시 아이파크몰 용산점에 대해 받은 첫인상이다. 다른 쇼핑몰과 차별화한 구경거리가 없고, 직원들도 다소 퉁명스러운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김 사장은 취임 이후 1년간 아이파크몰만의 독자적인 브랜드 매장과 콘텐츠를 만들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김 사장에게 지난 1년은 아이파크몰에 HDC그룹이 가진 건설업 이미지를 걷어내고 통통 튀는 유통업 DNA를 심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30여년간 롯데백화점에서 근무한 유통 전문가인 김 사장의 눈에 아이파크몰은 채워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AA.34280424.4.jpg)
그는 “용산역을 오가는 유동인구를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차를 타고 용산역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우리 쇼핑몰이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이 지점에서 찾은 해결책은 ‘식음료(F&B)’였다. 출퇴근 또는 여행을 위해 용산역에서 기차를 타는 사람들이 아이파크몰에서 지갑을 열 가능성이 가장 높은 매장은 F&B 매장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런 사람들이 가전제품이나 가구를 사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식당가를 들러 밥을 먹는 일은 흔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F&B 매장을 늘린 건 아니다. 여행객들에게는 지역 특산물이 될 수 있는 메뉴를 제공해야 했다. 김 사장은 용산점 입점 매장 중 하나인 ‘올드페리도넛’을 언급하며 “호남사람이 우리 매장에서 도넛을 사가면 이 도넛은 ‘용산 특산물’이 된다”고 표현했다. 호남지역에는 올드페리도넛 매장이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얘기다.
기차 탑승객 외에 신경 쓴 타깃은 용산 직장인이다. 용산점 인근에는 아모레퍼시픽, LG유플러스, 하이브, 대원미디어, CJ CGV 등 기업이 즐비하다. 직원들이 쇼핑몰을 방문하는 빈도가 높은 만큼 질리지 않게 다양한 구색을 갖추는 게 중요했다. 그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판매하는 카페가 많은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에스프레소를 잘하는 가게, 밀크티를 잘하는 가게 등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는 가게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야외 공간을 활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해 보였다”며 “야외 공간을 잘 만들어놨는데 활용을 못 하고 있어 안타까웠다”고 회상했다. 김 사장 취임 이후 야외공간에선 캠핑, 영화 상영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백화점 근무 경력이 오래된 김 사장 눈에 아이파크몰 고객 서비스 수준은 다소 미흡했다. 그는 “고객들에게 ‘우리 쇼핑몰에 오면 다양한 혜택을 주겠다’고 해놓고서 막상 우리가 제공한 서비스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김 사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축소 운영했던 엘리베이터를 100% 가동하기 시작했다. 일부 폐쇄했던 출입문도 모두 개방했다. 점심시간 이후에 열었던 VIP 라운지의 영업시간도 정상화했다.
무인으로 운영했던 유아 휴게실에는 직원을 배치했다. 점심시간에는 운영을 중단했던 고객상담실도 영업시간 내내 직원이 상주하도록 했다. 김 사장은 “이렇게 서비스를 개선하긴 했지만 아직 완벽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분명한 건 고객들이 쇼핑몰에 와서 기분 나쁠 가능성이 줄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고객 서비스 강화를 위한 별도 서비스 조직도 만들었다. 이 유닛에선 고객 피드백을 하루 단위로 정리해 각 부서에 공유한다. 현업 부서가 소비자 불만 사항을 빠르게 인지해 애로사항을 즉시 반영할 수 있도록 한 조처다. 김 사장은 “식품위생사 자격증이 있는 직원도 유닛에 배치했다”며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하는 위생등급제 인증을 받은 매장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HDC아이파크몰은 지난해 12월 문을 연 고척점을 비롯해 ‘아이파크몰’이라는 브랜드를 라이프스타일 센터 전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고척점은 개점 준비 과정에서부터 몰 반경 3㎞ 내에 3040세대 비율이 31%에 달한다는 것을 고려해 유·아동 교육 ·놀이시설을 강화했다.
가족 단위 고객이 고척점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매주 체험형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구로구와도 협업해 다양한 지역 행사도 개최하고 있다”며 “개점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구로 지역 내 대표 라이프 스타일센터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HDC아이파크몰은 쇼핑몰 운영 노하우를 살려 공간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복합 상업시설 개발 회사’로 발돋움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HDC 아이파크몰의 쇼핑몰 운영 노하우가 외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 운영대행 제안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