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모바일 AP 매입액은 2021년 7조6295억원, 지난해 11조3790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엔 지난해의 절반을 넘어섰다. 스마트폰 출하량은 감소했지만 AP 매입 비용은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올 상반기 DX부문의 전체 원재료 매입액(32조4846억원) 중 모바일 AP의 비중은 17.7%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가격 협상력 저하’도 비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은 작년까지 갤럭시 프리미엄 폰의 AP로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와 퀄컴의 스냅드래곤 등을 함께 썼다. 예컨대 한국 미국 중국엔 퀄컴, 유럽과 남미엔 엑시노스를 적용한 갤럭시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식이었다. 삼성전자는 ‘큰손 고객’이란 점, 엑시노스로 퀄컴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지렛대 삼아 퀄컴과의 가격 협상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성능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이후 삼성 프리미엄 폰에 들어가는 엑시노스 AP 비중이 점점 줄더니 올해 출시된 갤럭시 S23, Z플립·폴드5엔 퀄컴 AP만 들어갔다. 삼성 내부에선 퀄컴 의존도가 너무 높아져 달라는 대로 AP 값을 치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엑시노스 성능 강화와 AP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사업부의 최첨단공정 수율 향상 등이 AP 구매 전략 변화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AP 개발을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는 AMD 등과 협력해 그래픽 성능 등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파운드리사업부의 최신 4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 비율)은 최근 TSMC와 비슷한 수준인 75%까지 올라왔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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