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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중심지에서 MRT(도시철도) 남북선을 타고 40분 정도 북쪽으로 가면 애드미럴티역이 나온다. 역사에서 나오자마자 역 이름과 같은 실버타운 캄풍애드미럴티가 보인다. 싱가포르 최초로 공공주택과 의료·건강·상업시설을 결합한 복합 프로젝트다.
건물에는 커피숍 패스트푸드점 같은 편의시설과 응급실 재활의학과 안과 당뇨전문병원 등 의료시설이 마련돼 있다. 손주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과 놀이터도 있다. 셸리 옹(70)은 “거의 매일 캄풍애드미럴티에서 성악 클래스,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혼자 거주하는데 커뮤니티에서 활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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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도 노인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11년 9.3%에서 2021년 16.0%로 증가했다. 합계출생률은 2013년 1.22명에서 작년 1.10명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캄풍애드미럴티는 2014년 4월 ‘노인을 위한 주거와 다양한 서비스를 한 지붕 아래에 갖춰보자’는 제안에서 시작됐다. 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주택개발청(HDB) 보건부(MOH) 국립환경청(NEA) 유아발달국(ECDA) 육상교통청(LTA) 등 7개 정부 부처가 참여했다.
2018년 준공된 이 단지는 지상 11층, 두 개 동에 55세 이상 고령자만 입주할 수 있는 공공주택 104가구와 1만㎡의 커뮤니티 시설로 구성됐다. 고령자를 위한 의료시설과 커뮤니티를 특화했고 MRT역이 가까운 게 장점이다. 분양가는 방 한 개와 거실 한 개(2룸 플랫)짜리가 9만1000~11만싱가포르달러(약 9000만~1억원)다. 입주민은 기존 주택(4룸 플랫)을 팔고 남은 돈은 은퇴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는 부모와 자녀가 근거리에 살도록 하는 지원책도 있다. 부모와 자녀의 거주지 간 거리가 4㎞ 이내면 보조금(2만싱가포르달러·약 2000만원)을 준다. 신규 분양 주택을 청약할 때 자녀에게 우선권을 부여하기도 한다.
‘세대 간 주택’은 부모 세대뿐 아니라 자녀 세대에도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다. 공공분양 당첨에 유리할 뿐 아니라 자녀 양육 부담을 나눌 수 있어서다. 싱가포르 동부 템피니스에 사는 회사원 글렌(35)은 “근거리 우선권을 활용해 몇 년 전 부모님댁 근처에 공공주택을 분양받았다”며 “출근하기 전 18개월 아이를 부모님께 맡길 수 있어 안심된다”고 말했다. 부모 집에 베이비시터가 출근해 아이를 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크다는 설명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2021년 노인을 위한 주거와 돌봄 서비스를 결합해 커뮤니티케어아파트(CCA)를 내놨다. 캄풍애드미럴티보다 돌봄 서비스 부분을 업그레이드한 프로그램이다. 부킷바톡과 퀸스타운 지역에 시범 프로젝트의 공사가 진행 중이다. HDB 관계자는 “노인의 돌봄 요구와 가족 지원 수준 등에 따라 주거를 제공하고 돌봄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심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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