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200조원 넘어선 한전…'돌려막기'도 어려워지나

입력 2023-08-22 14:25   수정 2023-08-22 14:26


공기업 한국전력 빚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도 수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런 흐름이라면 한전채를 찍어 '빚 돌려막기'를 하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22일 한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연결 기준 한전 부채는 20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상장사 가운데 가장 많다. 한전 총부채는 작년 말 192조8000억원에서 반년 만에 8조원가량 늘었다.

한전 부채는 2020년 말까지 132조50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21년 말 145조8000억원, 2022년 말 192조8000억원으로 오르다 이번엔 200조원대에 들어섰다.

총부채가 급증한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전기요금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아 2021년 이후 47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해서다.

다만 작년부터 다섯차례 단행한 전기요금 인상과 올해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 덕분에 한전의 전기 판매 수익 구조가 정상화되곤 있지만 재무 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

증권가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연간으로 약 7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된다면 한전은 내년 신규 한전채 발행 등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한전은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작년 말 기준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20조9200억원)의 5배인 104조6000억원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7월 말 기준 한전채 발행 잔액은 78조9000억이다.

문제는 올해 수조원대 추가 영업손실이 날 경우 내년 이뤄질 2023년 결산 후 한전채 발행 한도가 확 줄어든다는 점이다. 시장 전망대로 7조원의 추가 영업손실이 난다면 자본금과 적립금의 합이 약 14조원으로 줄어 한전채 발행 한도는 약 70조원으로 준다. 현재 한전채 발행 잔액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내년 말 이후 한전은 필요시 추가로 한전채 발행을 하지 못해 운영 자금 마련이 어려워진다. 올해도 한전채를 발행해 전기 구매 대금, 시설 관리 등으로 사용했다.

재무 위기를 막기 위해 한전이 주장하는 내용은 추가 전기요금 인상이다. 정부 역시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통한 한전 누적적자 해소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다만 작년부터 이미 40% 가까이 전기요금이 올라 추가 인상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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