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대표 정태영·사진)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앱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현대카드 앱을 이용한 회원 중 20~30대 비율은 45%에 달했다. 50~60대(26%)보다 훨씬 높은 비중이다. 현대카드는 모든 소비와 결제를 앱 중심으로 진행하는 젊은 세대를 끌어들여야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회사 관계자는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사용자경험(UX)·사용자환경(UI)을 도입하기 위해 앱을 개편했다”며 “관심사와 소비 트렌드를 공략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도입해 MZ세대의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카드 앱이 회원에게 보내는 ‘잔소리 메시지’다. 현대카드가 최근 선보인 ‘소비 잔소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런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회원이 직접 총 이용금액이나 1회 이용금액의 상한선을 정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회원에게 ‘잔소리’를 해주는 서비스다. 잔소리의 내용은 회원 스스로 작성한다. 메시지에 붙이는 스티커에는 ‘이거 보면 망한 거임’ ‘제발 멈춰’ ‘우니?’ 등 재치있는 말을 활용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딱딱하고 불친절한 서비스로는 2030세대를 사로잡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MZ세대라면 소비 상한선을 스스로 정하고 이를 넘어서는 자신을 다잡는 과정을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MZ세대의 소비에는 ‘절약’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게 현대카드의 분석이다. 가계부를 쓰는 것은 물론 이런 생활을 유튜브에 찍어 업로드하기까지 한다. 소비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무지출 챌린지’까지 유행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소비캘린더’ 서비스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기획됐다.
소비캘린더는 카드사가 만들어놓은 ‘결제 업종별’ 분류가 아니라 회원 개인이 직접 설정한 자신만의 기준으로 소비 내역을 분류해 달력 상에서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한 ‘DIY(Do It Yourself) 가계부’다. 카테고리별 색상도 지정할 수 있어 각자 가계부를 꾸밀 수도 있다. 이달 기준 약 65만명이 소비캘린더를 사용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2030세대라는 설명이다.
현대카드가 업계 최초로 선보인 ‘연간 명세서’가 대표적이다. 1년 간의 결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한눈에 보여주는 방식이었던 연간명세서에 ‘스토리카드’ 형식을 접목했다. 회원이 가장 많이 결제한 곳이 ‘카페’라면 테이크아웃 커피잔 그림에 ‘혹시 카페로 출근하시나요’라는 색다른 멘트를 보내도록 했다.
올해 초 선보인 ‘현카 연구소’는 현대카드가 앱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쇼츠’ 방식을 통해 소개하는 코너다. 결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개인별 특징이나 특이사항, 사고알림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비케어’, 쓰던 번호 그대로 카드를 교체 발급해 주는 ‘카드번호 유지 재발급 서비스’ 등 현대카드가 앱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짧은 영상인 ‘움짤’ 방식으로 소개한다. 젊은층에서 유행하는 ‘불멍(불이 타오르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 앱 내에서 가능하도록 벽난로 영상을 삽입하기도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핵심 고객층으로 부각하는 젊은층을 사로잡으려면 기존의 금융사에 대한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고 MZ세대의 한 가운데로 녹아들 수 있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모바일 앱이 익숙한 2030고객이 자주 사용하는 앱은 더 젊고 친화적으로 바뀌어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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