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와 관련한 후보자 검증을 '원점 재검토'하기로 한 상황에서, 일부 강성·친명계의 지지를 받는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이 강서구청장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진 전 차장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경찰청 차장으로, 서울청 정보관리부장·경찰청 정보국장·전북경찰청장을 거쳐 경찰청 차장을 지냈다.
진 전 차장은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고심 끝에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자 모집 공모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독단적인 국정운영을 견제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자유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하고, 고심 끝에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출마 겸 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이었던 이 자리에는 민주당 친명 강성 의원 모임인 '처럼회'의 창립 멤버 황운하 의원과 계파색이 옅은 임호선 의원이 참석해 힘을 실었다.
진 전 처장의 경찰대학 선배이기도 한 황 의원은 "진 전 차장은 큰 틀에서 넓은 시야로 뛰어난 분석을 하지만 세밀한 부분도 아주 빈틈없이 챙기는 스타일"이라며 "33년 넘게 경찰에 몸담으면서 치안 전문가로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 전 차장이 민주당에 입당하게 돼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라며 "민주당에 입당해서 국민 여러분의 삶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는 역할에 앞장서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 전 차장의 입당은 민주당의 강서 보궐 공천 과정이 파행을 거듭한 끝에 이뤄졌다. 지난 7월 초 출범했던 민주당 검증위원회가 '컷오프'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에 공을 넘긴 뒤, 공관위가 '원점'에서부터 새로 공천 과정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공관위가 앞서 검증위에 지원했던 13명의 후보자 외에 새로운 후보자도 받기로 하면서, 진 전 처장의 입당이 이뤄질 수 있었다. 신청 자격도 지난 공모 때 '기준일(6월 1일)로부터 6개월 이전까지 입당하고 12개월 이내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으로 한정했으나 이번에는 '신청일 현재 권리당원'으로 완화하면서, 진 전 처장이 후보자 지원 자격을 갖추게 됐다.
진 전 처장의 합류로 '전과자 vs 낙하산'으로 나뉘어 대립하던 기존 구도에는 균열이 가게 됐다. 다만 진 전 처장 역시 '처럼회' 창립자인 황 의원과 함께 등장하면서 '낙하산' 논란을 피해 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기존 후보자들은 벌써부터 '당이 전략 공천을 하려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다만 당 일각에선 최근 사면된 '김태우 전 구청장 맞춤형 카드'라는 평가도 나온다. 진 전 처장과 김태우 전 구청장이 최종 후보로 나설 경우 '윤석열 대 문재인', '검찰 대 경찰'이라는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 천 처장의 입당을 계기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민주당의 공천 과정은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정하지 못했던 후보자 추천 심사기준 및 방법을 정했다. 심사 기준으로는 정체성·기여도(20%), 의정활동 능력(10%), 도덕성(20%), 당선 가능성(20%), 면접(30%) 등이 적용된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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