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임대인'에 떼인 전세금 1.3조원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돌려주지 않은 악성 임대인 300여 명이 떼먹은 돈이 1조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당 42억원꼴이다.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HUG의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악성 임대인)는 지난 4월 말 기준 310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233명)보다 77명 증가했다.

HUG는 전세금을 세 번 이상 대신 갚아준 집주인 중 연락이 끊기거나 최근 1년간 보증 채무를 한 푼도 갚지 않은 사람을 일종의 ‘블랙리스트’에 올려 관리한다.

HUG가 악성 임대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금(대위변제액)은 총 1조3081억원이다. 상위 10명에 대한 대위변제액 규모는 5038억원으로, 전체의 38.5%를 차지했다. 이들 10명에게 피해를 본 가구는 2370가구였다.

대위변제액 기준 1위 악성 임대인은 377가구의 보증금 820억원을 HUG가 대신 갚아줬다. 2위 악성 임대인은 410가구의 보증금 783억원을 떼먹었다. 3위 임대인은 248가구에 보증금 586억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4위 대위변제액은 580억원(286가구), 5위는 546억원(233가구)이었다.

다음달 29일 개정 주택도시기금법이 시행되면 이들 악성 임대인의 이름이 공개된다. 임대인 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최종 결정을 거쳐야 하므로 실제 명단 공개 시기는 연말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