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투입으로 경제지표를 한두 해 반짝 호전시키는 방식은 진통제 요법처럼 무책임하고 그릇된 처방이다. 정부 지출은 효과(투자승수)가 낮은 데다 민간 투자를 구축해 역효과를 부르기 마련이다. 5년 내리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만 151조원을 쏟아부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적표가 바닥을 긴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민간이 좀 더 활력 있게, 기업이 좀 더 세계시장에 진출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는 추 부총리의 인식은 적확하다.
야당은 서민 추경 프레임으로 ‘35조원 추경’ 노래를 부르지만 물가를 자극하는 부작용만 부를 공산이 크다. 문 정부가 경기 진작을 명분 삼아 마구 돈을 풀었지만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모두 패자가 됐다. 나라 곳간이 거덜났다고 할 정도로 재정 상황도 안 좋다. 국가채무비율은 작년 말 49.4%까지 급상승해 올해 50% 돌파가 기정사실이다. 다른 선진국보다 낮아 괜찮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고삐 풀린 채무비율은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가계가 영양실조인데 정부가 재정 다이어트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경제를 모르거나, 아니면 무책임하다. 돈을 퍼부어 지표를 마사지해도 아랫돌 빼 윗돌 괴는 데 불과해 경제 기초를 무너뜨리고 서민 고통만 가중하게 된다. 법인세 급감 등으로 대규모 세수 펑크 사태가 닥쳤지만 적자국채 발행보다 예산 불용, 기금 여유자금 활용, 한국은행 잉여금 등으로 메워나가는 게 정석이다.
추 부총리는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돈 풀기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재정 안정을 외치면서도 정부 출범 직후 62조원의 사상 최대 추경을 편성한 것과 같은 원칙 훼손은 안 된다. 병사 월급 200만원, 기초연금 40만원 같은 여당발 포퓰리즘에도 굳건히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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