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중국의 기업 부채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58.2%로 치솟았다. 최근 연쇄 디폴트 위기에 빠진 부동산 개발업체 등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빚을 끌어다 쓴 영향이다. 이 같은 높은 기업 부채는 부실이 현실화하면 금융권으로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경제 시스템 전체에 위협이 된다는 평가다. 미국과 한국은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중이 작년 3분기 기준 각각 119.2%, 78.8%로 중국에 비해 매우 낮다.
중국은 그동안 기업 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6년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중이 157.6%까지 오르자 당국은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2019년 부채 비중을 151.9%로 떨어뜨렸다. 하지만 코로나19 충격으로 다시 기업 부채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내수 부진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이에 2020년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은 162.3%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중국 정부는 이후 코로나19 위기에도 추가 경기부양책을 지양하고 기업 재무건전성 개선 작업을 하는 구조조정 노력을 이어왔다. 이에 2021년 다시 부채비율이 152.2%로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의 부동산 억제 정책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부동산 개발업체를 중심으로 다시 기업의 은행 빚이 늘어나면서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이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중국은 정부의 암묵적 보증이 기대되는 국유기업의 부채 규모가 민간기업보다 큰 편이었다. 최근엔 미·중 갈등, 코로나19 여파 등에 따른 경기 악화로 당국의 대출 지원이 증가하면서 민간기업 및 소기업의 대출 비중도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특히 부동산 기업의 부채 수준이 높은 게 중국 기업 부채의 가장 큰 취약점이라는 평가다.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부동산 시장의 점진적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부동산 위기의 급한 불을 끄는 과정에서 생명을 다한 한계 기업 정리를 더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정부의 구조조정이 더디게 이뤄지면 기업 부실이 금융시스템으로 전이될 위험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