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재정계산위는 보건복지부에 제출할 5차 재정계산 최종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의 중장기 자산배분 거버넌스 개편 방안을 담았다. 재정계산위는 산하에 기금운용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금운용발전위원회(기발위)를 통해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한 기금운용 개혁 방안을 논의해왔다.
보고서에 담길 기금운용 개혁 방안의 ‘핵심’은 자산배분 체계의 개편이다. 정부는 지난 6월 향후 20년 단위의 장기 자산배분 지침인 ‘기준 포트폴리오’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국민연금은 중기(5년), 단기(1년)등 2단계로만 자산을 배분해왔는데 이를 3단계로 고도화하는 것이다.
기준 포트폴리오는 자산군을 주식(위험자산)과 채권(안전자산)으로 단순화한 자산배분이다. 목표 수익률 달성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국내외 주식, 채권, 대체투자(사모, 부동산, 인프라)등 세부적으로 나누는 중·단기 자산배분과 달리 큰 틀의 자산배분 방향성을 정하는 것이다.
기발위는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과 함께 현재는 전문성보단 각 가입자 단체를 대표하는 인사들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 집중된 자산배분 의사결정 권한을 전문성 있는 조직에 이양할 것을 제안했다.
기금위는 기준포트폴리오를 통해 장기 목표 수익률과 위험 수준만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자산배분은 투자 전문 조직인 기금운용본부 또는 투자 전문가들로 구성된 별도의 조직이 맡는 것이 골자다.
기발전원는 현재의 자산배분 거버넌스로는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근본적으로 높일 수 없다는데 공감대를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자산배분이 사실상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좌우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책임질 주체도, 인센티브도 없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5년 단위의 중기 자산배분을 의미하는 전략적 자산배분의 국민연금 수익률 기여도는 최근 10년 평균 98.3%에 달했다. 지난 5월말 기준으로 운용자산이 973조9000억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이 내는 수익의 98% 이상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짰느냐에 따라 좌우됐다는 뜻이다.
현재는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중기 자산배분 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 기금위는 정부 관료와 노동조합, 경제단체 등 가입자 단체를 대표하는 인사들로 구성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왔다.
이번 개편을 통해 5년 단위의 중기 자산배분 권한은 철저히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그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구조를 만들어 국민연금의 수익률 전반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 기발위 측의 판단이다.
현재 5년 단위인 중기 자산배분의 시계를 10년 수준으로 늘리는 안도 보고서에 담길 전망이다.이 같은 자산배분 거버넌스 개편은 재정계산위가 제시할 보험료율 인상 등 재정안정 조치와 결합될 경우 국민연금의 고갈 시점을 늦추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지난 3월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 장기 재정 전망에 따르면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인 현행 제도가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기금은 2040년 1755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이듬해 적자로 전환해 2055년 완전 고갈된다.
재정계산위는 최종 보고서에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고 보험료율을 12%, 15%, 18%로 인상하는 시나리오를 담을 전망이다. 보험료율 인상 폭에 따른 기금 고갈 예상 시점은 각각 2063년, 2071년, 2082년으로 추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갈 시점이 늦춰지는만큼 적자 전환 시점도 최대 20년 이상 늦춰진다.
적자 전환 시점이 늦춰질 경우 국민연금 입장에선 보다 적극적으로 수익률을 높이는 자산배분이 가능해진다. 급여 지출을 위한 매도 없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만기의 자산을 포트폴리로에 장기간 편입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계산위에 따르면 현재 4.5%로 설정된 국민연금의 70년 장기 평균 수익률을 1%포인트 높일 경우 고갈 시점을 5년이 늦춰진다. 보험료율을 2%포인트 높이는 것과 같은 수준의 효과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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