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AA.34313881.1.jpg)
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이도해 작가는 분명 그런 적이 있는 것 같다. 책 말미에 수록된 ‘작가의 말’에 “나 역시 괴롭힘을 경험했다. 뒤에 앉은 녀석이 내 머리카락과 백팩의 끈을 잘랐다. 뺨을 맞았고, 이유 없이 욕을 먹었다. 죽을 만큼 괴로운 날들이 있었다”라는 고백과 함께 지금 어딘가에서 고통당하는 이들을 위한 격려의 말이 적혀 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불운일 뿐이다. 거대한 폭풍이 인생 앞에서 몰아칠 때, 임기응변을 발휘해서 자신을 지키지 못하고 휩쓸리는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자책은 생존에 있어서 결코 좋지 않다. 복수하고 싶다면 일단 살아남아야 하니까.”
![](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AA.34303333.1.jpg)
<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는 제12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다. 이도해 작가는 2022년 12월 책을 펴내며 많은 사람에게 감사를 표하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오늘까지 어떻게든 살아준 나에게 제일 고맙다”라고 썼다.
학교 폭력은 ‘세상 모르던 시절의 철없는 행동’으로 무마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SNS에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성공의 문턱을 밟았거나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을 때 모든 것을 순식간에 와해시켜 버린다. 그러니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남에게 피해 주는 일은 금해야 한다. 장난처럼, 게임처럼 남을 괴롭히다가는 후일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공부에 목숨 걸어 자신의 길을 찾겠다는 각오가 단단해 친구조차 사귀지 않는 나는 어느 날 ‘멍청한 문제집’ 때문에 한 문제를 틀리자 엄청난 스트레스에 휩싸인다. 급기야 학교 앞 서점에서 잘못된 문제를 빨간색으로 죽죽 긋다가 주인 미미 여사에게 들킨다. 그 일로 서점 2층에서 열리는 독서 모임 AA에 참여하게 되는데, 정식 명칭은 ‘익명의 복수자들(Anymous Avengers)’이다.
어른도 포함된 이 모임의 회원들은 대개 소심한 복수를 꿈꾸는 사람들이다. ‘베어’라는 별명을 얻은 나는 그곳에서 얼마 전 학폭에 시달리다 자퇴한 양주홍과 마주친다. 그녀는 AA에서 ‘뚜벅이’로 불린다.
AA 회원들이 어떤 복수를 꿈꾸는지 물을 때 베어는 “고등학교 2학년 한 반을 몽땅 망하게 하고 싶어요”라고 답한다. 뚜벅이가 자퇴한 이후 자신이 타깃이 되어 교실에서 각종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을 괴롭히는 ‘고명경과 그 졸개들’에게 복수하려고 해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AA 회원들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해라”라고 말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괴롭힘과 왕따를 당하는 일들이 발생한다. 그런 사태에 바로 대항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는 괴로운 사람들이 모여 소심하게 복수를 결심하지만, 대개 실행에 옮기지 못하거나 미미한 실행에 그친다. 그 옹송그림 속에 살고자 하는 발버둥과 세상을 향한 구조 요청이 들어 있지만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고 만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AA.26119914.1.jpg)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