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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 인공지능(AI)이 이런 비용을 낮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AI가 의료 현장에서 노동집약적 불편을 덜어줄 수 있는 도구로 자리하면서다.
미국의 1차 진료(Primary Care) 클리닉 체인인 카본헬스에서는 환자가 예약 시에 말한 내용과 쌓아온 정보를 생성 AI를 통해 분석한다. 정보는 의사에게 진료 전 제공되는데, 이를 통하면 진료 과정을 담는 전자 의료 기록 중 약 90%가 의사의 수정 없이 저장된다.
미국 스타트업 어브릿지는 진료 과정을 환자에게 전달할 때 모든 의학 용어를 초등학교 4학년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일반 영어로 바꿔 제공한다. 환자에게 진료 과정 녹음에 대한 양해만 구하면, 이를 녹음 및 저장해 생성 AI가 적용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환자는 진료 중 의사와 간호사가 한 말의 최대 80%를 잊어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의학 용어가 어렵기 때문이란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어브릿지는 이 어려운 용어를 AI가 쉬운 문장으로 만들어 보완해주는 것이다.
생성 AI는 직접적인 의료 행정 처리도 돕는다. 의료 기술 스타트업 아웃바운드AI의 GPT 기반 가상 에이전트는 의료비를 청구하는 과정을 돕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의학 AI센터는 개인의 고유한 의료 기록이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처방을 내린다. 개별 환자에게 적절한 약물 투여 시기, 최적의 용량, 의약품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인데 기존의 성별·연령별 등 포괄적 기준 처방보다 더 나아간 방법이다.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상당한 의지를 갖고 의료 AI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MS는 2021년 인수한 AI 업체 뉘앙스와 GPT-4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시도가 기대받는 이유는 진료과마다 다른 의료 용어 사용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엔 새로운 프로젝트 ‘DAX Express’도 나왔다. 의사와 환자의 진료 내용을 몇 초 내에 임상 노트로 요약하고, 의사가 즉시 검토할 수 있도록 돕는 형태다.
구글의 도전도 만만찮다. 구글의 의료 분야 전문 생성 AI 모델인 ‘Med-PaLM2’는 높은 성능을 자랑하는 생성 AI다. ‘네이처’지에 Med-PaLM2에 대한 임상 결과가 피어 리뷰를 뚫고 이달 승인되기도 했다. 네이처 발표에 따르면, 임상 전문의가 Med-PaLM2에 의학적 질문을 던졌을 때 과학적 합의에 부합한 응답을 내놓은 확률은 92.6%다. 실제 의료 전문가의 수치인 92.9%에 약간 못 미치는 정도다.
생성 AI가 가진 위험을 지나치게 경계해서 쓰지 않겠다는 결론은 인간을 위한 도구를 완전히 포기해 버리는 일이다. 모든 도구는 처음에 다 낯설고 위험하게 다가온다. 아주 멀리는 프로메테우스의 불이 그랬고, 19세기의 전기가 그랬으며, 멀지 않았던 시기의 인터넷이 그랬다.
생성 AI는 의료인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인의 수고를 대체하고 의료인에게 환자에게 집중할 힘을 실어주기 위한 도구다. 의료인을 인간으로 바꿔도 그 의미는 바뀌지 않는다. 잘 쓰는 방법을 논의해야 하는 시기이지, 안 써야 하는 이유를 설득해야 하는 시간이 아니다.
배진범 굿닥 전략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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