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신규 단지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예비 청약자 사이에서 ‘악’ 소리가 나오고 있다. 몇 개월 새 분양가가 20~30% 뛴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원자재값과 인건비 인상, 고금리에 따른 금융 부담 등이 분양가에 반영된 여파다. 향후 분양가는 더 오르고 신축 아파트 공급은 줄어들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면서 청약 경쟁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분양가 상승이 가파른 만큼 ‘묻지마 청약’을 자제하고 입지와 규모, 브랜드 등을 따져 선별 청약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7월 공급한 ‘광명 센트럴 아이파크’(광명4구역) 전용면적 84㎡의 일반 분양가는 최고가 12억7200만원이었다. 두 달 전 청약에 나선 ‘광명자이 더샵포레나’(광명1구역)의 동일 평형 일반분양가(10억4450만원)에 비해 21% 오른 값이다. 작년 12월 공급된 ‘광명 호반써밋 그랜드에비뉴’(광명10구역)는 전용 84㎡ 분양가가 최고 8억7920만원이었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4월 공급된 동대문구 ‘휘경자이 디센시아’와 최근 분양에 나선 ‘래미안 라그란데’는 4개월 새 동일 평형의 분양가가 1억원 이상 차이를 보였다. ‘휘경자이 디센시아’는 전용 59㎡ 최고가가 7억7000만원, ‘래미안 라그란데’는 8억8000만원을 나타냈다. 전용 84㎡ 기준 ‘휘경자이 디센시아’는 9억7600만원, ‘래미안 라그란데’는 10억9900만원이었다.
부산 남구에서는 전용 84㎡ 일반 분양가가 넉 달 새 2억원 이상 올랐다. 7월 남구에 짓는 ‘대연 디아이엘’은 3.3㎡당 분양가가 2334만원으로, 3월 인근에 분양한 ‘두산위브더제니스 오션시티’의 분양가(3.3㎡당 1753만원)에 비해 33% 높은 가격에 공급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625만원으로, 전년 동월(1453만원) 대비 11.9% 올랐다. 5개월 연속 상승세다. 공사비 인상, 고금리에 따른 금융부담 등이 분양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분양가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축 아파트 수요자는 오히려 청약시장에 몰리고 있다. 앞으로도 공사비 인상 등에 따른 추가적인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빨리 분양한 단지가 저렴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서다.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인 단지조차 줄줄이 100% 계약되는 ‘완판(완전판매) 단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광명에서 ‘광명자이 더샵포레나’는 평균 경쟁률 10.5 대 1을, ‘광명센트럴 아이파크’는 평균 18.9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동일 평형 기준으로 분양가가 2억원 이상 높은데도 청약 경쟁이 치열해진 셈이다.
올초 분양한 부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오션시티’는 당초 0.6 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지만, 같은 지역의 ‘대연 디아이엘’은 15.6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대연 디아이엘’은 15일 만에 계약이 마무리됐다. ‘두산위브더제니스’도 지난달 완판됐다. 분양업계 전문가는 “워낙 공사비와 이자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분양가를 추가로 낮추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분양가가 계속 오르면 수요자가 외면하는 시점이 올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분양시장에는 전매제한과 대출 규제 완화, 추첨제 물량 증가 등에 따른 가수요도 적지 않다”며 “예비 청약자는 입지와 규모, 브랜드 등을 따져 청약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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