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에 답하려면 우선 일본 경제의 과거 궤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 경제는 1989년까지 40여 년간 연평균 7%라는 고속 성장을 해왔고 1980년대에는 주가지수가 5배(1982~1989년)나 급등했다. 도시 지역 상업용지가격지수도 5배(1983~1990년) 성장하는 등 자산이 급증하는 경험을 했다. 그러나 1990년도의 자산가격 거품이 붕괴하면서 경제는 급속한 내리막을 탔고 지난 30여 년간 연 1%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왔다. 주가지수와 도시 지역 상업용지가격지수도 아직 1980년대의 고점에 못 미치고 있다. 일본 경제가 왜 이렇게 급격히 수직 하강했는지는 아직도 뚜렷한 설명이 없지만 ‘잃어버린 30년’이란 말은 이런 배경을 통해 만들어졌다.
2013년 아베 신조가 총리에 취임하면서 일본 경제는 변화를 맞게 된다.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 혹은 ‘세 개의 화살’이라고 불리는 과감한 통화정책, 유연한 재정정책, 새로운 성장전략을 추진했다. 시장에 거의 무제한으로 자금을 풀었고, 재정 완화정책을 추구했으며,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본시장과 노동시장에 경쟁 구도를 도입했다. 이는 생산성을 제고시키고자 하는 시도였다. 2013년 이후 엔화는 약세로 돌아섰고 주가도 꾸준히 반등해왔다. 최근 일본 경제의 반등도 아베노믹스의 최종적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를 정확히 진단하려면 주요 실물경제 지표의 장기적 움직임을 들여다봐야 한다. 일본 경제의 경우에는 아베 총리가 과감한 경제정책을 도입했기 때문에 아베노믹스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표>에서 아베노믹스 이전 10년과 이후 10년의 주요 실물경제 지표의 변화율을 볼 수 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성장률은 아베노믹스 이후 다소 하락했다. 또한 개인소비 성장률, 시간당 노동생산성 증가율도 내림세를 보인다. 다만 민간투자 성장률, 소비자물가지수(CPI) 인플레율, 고용률의 성장률이 상승한 것과 순수출 비율이 개선된 것은 고무적이다. 정부 소비는 아베노믹스 이후 증가해 성장률에 긍정적 요인을 미쳤으나 이와 동시에 정부 부채도 늘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요약하자면 지난 10년간의 데이터는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경제가 개선됐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최근 일본 경제의 반등이 새로운 출발의 시작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런 변화를 가져올 동인을 지목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 경제는 고령화, 임금 정체로 인한 민간 수요 감소에 직면해 있고 중앙은행의 금융 완화정책이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만약 해결할 수 있었다면 훨씬 이전에 민간 소비가 증가했어야 한다. 또한 시간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보여주듯이 생산성도 개선되고 있지 않다. 인구구조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양태를 보인다.
어떤 지표도 일본 경제에 우호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최근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증가한다는 점, 기업의 지배 경영구조 개선과 낮은 이자율에 의한 주가 상승, 그리고 이민 유입에 더욱 적극적인 정책 변화는 일본 경제에 청신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세계 3위 경제 대국의 실물 경제에 가시적 변화를 불러올지는 더 진중하게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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