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관리재정수지는 92조원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목표치(58조2000억원)보다 33조8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도 정부 총지출이 656조9000억원으로, 올해(638조7000억원) 대비 2.8% 늘어나지만 총수입은 올해 625조7000억원에서 내년 612조1000억원으로 2.2% 감소하는 데 따른 것이다.
내년도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44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역시 올해(13조1000억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올해 2.6%에서 내년 3.9%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정부의 재정준칙은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에서 관리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내년엔 국세 수입 감소로 총지출 규모를 올해와 동일하게 가져가더라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3%를 웃돈다”며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재정수지 악화를 최대한 억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확장재정을 펼쳤던 문재인 정부 때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2019년(2.8%)을 제외하면 모두 4%를 넘었다. 2020년 역대 최고치인 5.8%까지 치솟은 데 이어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4.4%와 5.4%에 달했다. 특히 2019년 54조4000억원이던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재정지출이 불어나면서 2020년엔 112조원으로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연간 100조원대 재정적자’가 일상화됐다.
기재부는 내년에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 초과가 불가피하지만 2025년부터는 재정준칙안을 철저히 준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내년 92조원에서 2025년 72조2000억원, 2026년 69조5000억원, 2027년 65조8000억원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계획을 짰다. 같은 기간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목표치도 △2024년 3.9% △2025년 2.9% △2026년 2.7% △2027년 2.5%로 제시했다.
기재부는 내년에는 국세 수입 규모가 일시적으로 감소하지만, 경기회복에 따라 2025년부터는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에 따르면 2023~2027년 국세 수입은 연평균 2.7% 증가할 전망이다. 국세 수입과 세외·기금 수입을 포함한 총수입은 연평균 3.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기간 재정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3.6%로 제시했다. 내년에는 국세 수입 감소로 지출 증가율이 2.8%까지 낮아지지만, 2025년부터는 회복된 세입 기반을 토대로 4% 안팎의 증가율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2025년부터 재정지출 증가율을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등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7년 50% 중반 수준을 목표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년도 국가채무는 올해(1134조4000억원) 대비 62조원가량 늘어난 1196조2000억원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50.4%에서 내년 51.0%로 소폭 늘어난다. 중기 목표로는 2025년 51.9%, 2026년 52.5%, 2027년 53.0%를 제시했다.
내년도 조세부담률은 20.9%로 전망됐다. 올해(23.2%)보다 2.3%포인트 낮아졌다. 조세부담률은 국민 소득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기재부는 세수감소 영향으로 내년도 조세부담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기회복에 따른 국세수입 증가에 따라 2025년 21.5%, 2026년 21.6%, 2027년 21.7%로 완만히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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