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정보기술(IT)업계 거물들이 신도시 건설에 나섰다. 지난 5년간 서울 면적의 3분의 1가량을 확보한 이들은 수만 가구 규모의 도시를 건설해 실리콘밸리 IT업계 근로자들의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리드 호프먼 링크트인 공동 창업자와 ‘벤처 투자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마이클 모리츠 전 세쿼이아캐피털 회장,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의 부인 로린 파월 잡스 등은 ‘플래너리 어소시에이츠’라는 이름의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2018년부터 5년간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동쪽으로 60마일(96.5㎞) 떨어진 트래비스 공군기지 주변의 솔라노 카운티 부지를 매입했다. 지금까지 8억달러를 투입해 총 5만 에이커(202.34㎢) 규모의 부지를 확보했다.
이 회사는 비밀리에 토지주와 접촉한 뒤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토지를 사들였다. 이로 인해 지역 주민 사이에서 “트래비스 공군기지를 염탐하려는 중국이 배후에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트래비스 공군기지는 태평양으로 향하는 관문 역할을 하는 군사 요충지로, 연방 정부까지 사실을 확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 회사는 신도시 개발계획을 공개했다. 회사 측은 “다음주 솔라노 카운티 주민과 지역 공무원, 트래비스 공군 기지와 협력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플래너리는 신도시 개발을 통해 수만 가구의 주택 공급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실리콘밸리 IT업계 근로자들이 주택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는 미국에서도 집값이 비싼 지역으로 꼽힌다. 솔라노 카운티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어 주택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다만 신도시 조성 과정이 그리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플래너리가 확보한 토지는 그동안 방치되다시피 한 황무지로 주거용이 아니다. 또한 용도 변경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업계에선 이들이 토지 용도를 변경하고, 신도시 개발에 성공한다면 천문학적인 수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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