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아쉽다"…ESG 펀드서 자금 썰물

입력 2023-09-03 18:07   수정 2023-09-04 00:15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자금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ESG 역량 강화를 모색하는 정부나 ESG 경영을 강조하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6개월(3월 1일~9월 1일) 새 ESG 분야에 투자하는 54개의 주식형 공모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에서 2495억원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펀드 순자산 규모는 15% 줄어들었다. ESG 주식형 펀드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기업들을 선별해 투자하는 펀드다. 펀드에 따라서는 특정 기업에 투자한 뒤 주주총회 등을 통해 ESG 요소를 강화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기업에는 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사회활동을 늘리고 지배구조를 개선할 유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SG 채권형 펀드에서도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갔다. 20개 ESG 채권형 공모펀드와 ETF에서 같은 기간 5958억원이 순유출됐다. 순자산도 6개월 전에 비해 26.5% 감소했다. ESG 채권형 펀드는 기업들이 탄소중립 등에 투자하기 위해 발행하는 ESG 채권에 투자한다. ESG 채권형 펀드 규모가 커지면 ESG 채권 시장도 커질 수 있는 구조다.

올 들어 ESG 펀드들이 수익률에서 상대적으로 고전하면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ESG 주식형 펀드는 지난 6월간 7.2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플러스(+) 수익률이긴 하지만 올 들어 2차전지, 반도체를 포함해 각종 테마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했다.

6개월간 2.52%의 수익을 낸 ESG 채권형 펀드는 금리 상승 국면에서 각종 채권형 상품은 물론 예·적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을 냈다는 평가다.

ESG 펀드 시장이 여전히 초기 단계인 만큼 일반 펀드와의 수익률 경쟁에서 승리하는 게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익률을 보정할 세제혜택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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