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지난 3월 ‘공적연금개혁과 재정전망’ 보고서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보험료율만 현행 9%에서 15%로 높이고 소득대체율은 현행 40%를 유지한다면 재정계산기간 연금 누적적자는 현행 제도 대비 3699조3000억원 줄어든다. 반면 보험료율을 15%로 높이면서 소득대체율도 50%로 올리면 연금 누적적자는 현행 제도 대비 282조6000억원 감소하는 데 그친다.
보험료율을 15%로 올리더라도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할 때와 50%로 높일 때 재정 절감 효과가 3416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더 내고 더 받는’ 시나리오의 경우 현세대가 노후에 받는 연금을 늘리기 위해 그만큼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게 된다는 의미다.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연금 고갈 시점도 소득대체율을 유지할 때보다 앞당겨진다. 현재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2055년으로 예상된다. 예정처에 따르면 보험료율을 15%로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면 기금 고갈 시점은 2069년으로 14년 늦춰진다. 재정계산위는 2071년으로 현행보다 16년 늦춰질 것으로 본다. 이에 반해 보험료율을 15%로 올리면서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면 연금 고갈 시기는 2063년으로 8년 늦어지는 데 그친다고 예정처는 추산했다.
소득대체율 50%를 요구하며 재정계산위에서 사퇴한 위원들이 보험료율을 13%까지만 올리자고 한 것도 논란이다. 이 위원들은 주식 등 자본소득에 추가로 연금 보험료를 매기고 국내총생산(GDP)의 1~2% 정도 재정을 투입해 연금 재정을 메워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국의 명목 GDP는 2150조원으로, 2% 재정은 43조원에 달한다. 올해 국세 수입 전망치(400조5000억원)의 10%가 넘는다.
김용하 재정계산위원장은 “한정된 예산 제약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국고 투입은 다른 필수 사업을 줄여야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증세로 국민연금 재원을 조달하는 것은 세대 간 형평성 차원에선 보험료율 인상과 큰 차이가 없고 국채를 발행할 경우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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