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바짝 쫓는다"…D램 점유율 30% 돌파한 SK하이닉스

입력 2023-09-03 08:07   수정 2023-09-03 08:46


생성형 인공지능(AI) 인기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늘면서 올해 2분기 SK하이닉스의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이 30%를 돌파했다. 시장점유율 1위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는 10년 내 가장 근소한 수준으로 좁혀졌다.

3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 세계 D램 매출은 10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지만, 전 분기보다는 15% 증가했다.

업체별로 보면 1위 삼성전자의 D램 매출은 41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시장점유율은 전 분기 42.8%에서 38.2%로 4.6%포인트 하락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D램 매출은 전 분기보다 무려 49% 증가한 34억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점유율은 31.9%로 전 분기(24.7%)보다 7.2%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마이크론(점유율 25.0%)을 제치고 점유율 2위 자리를 되찾았다. 또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는 1분기 18.1%포인트에서 2분기 6.3%포인트로 줄었다.

양사의 D램 점유율 격차가 10%포인트 안쪽으로 좁혀진 것은 이례적이다. 옴디아는 "양사의 점유율 격차가 최근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D램 점유율 추이를 보면 삼성전자의 연간 시장점유율이 30%대를 기록한 것은 2013년(36.2%)이 마지막이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최근 10년 동안 연간 점유율이 30%를 넘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후 삼성전자는 줄곧 40%대 초중반, SK하이닉스는 20%대 중후반의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올해 1분기에 점유율 3위로 밀려난 SK하이닉스가 반등을 이룬 것은 AI 열풍 영향이 크다. 챗GPT 같은 AI 분야 데이터 처리에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HBM이 대거 탑재되기 때문이다. 옴디아는 "AI 수요가 본격화하면서 HBM과 128기가바이트(GB) 이상 서버용 고용량 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며 "프리미엄 제품 비중 확대에 가격 하락 폭이 둔화했다"고 전했다.

또 AI 수요의 강력한 모멘텀이 D램 시장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옴디아는 전망했다. 특히 옴디아는 "연초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던 HBM 수요가 올해와 내년에 10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BM이 반도체 불황을 뚫을 돌파구로 주목받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E 개발을 완료하고, 성능 검증을 위해 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지난달 21일 발표했다. HBM3E는 현존 최고 사양인 4세대 제품(HBM3)에 이은 5세대 제품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1년 세계 최초로 HBM3를 개발했으며 지난해에는 양산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HBM 개발 속도에서 삼성전자에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엔비디아의 파트너인 SK하이닉스의 HBM 사업을 집중 조명하면서 "SK하이닉스가 10년 전 경쟁사보다 HBM에 더 적극적으로 베팅해 AI 애플리케이션이 부상하면서 초기 승자 중 한 업체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추격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삼성전자가 4분기부터 엔비디아에 HBM3를 공급하면서 SK하이닉스의 HBM3 독점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 업계 최초로 12나노급 32기가비트(Gb) DDR5 D램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는데, 이 제품은 HBM 생산 역량 강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32Gb DDR5 D램 제품의 경우 HBM을 생산하는 핵심 공정인 '실리콘 관통 전극(TSV) 공정' 없이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TSV 공정 장비를 모두 HBM 생산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12나노급 32Gb DDR5 D램을 연내 양산할 계획이다.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RAM개발실장 부사장은 "이번 12나노급 32Gb D램으로 향후 1TB 모듈까지 구현할 수 있는 솔루션을 확보하게 됐다"며 "삼성전자는 향후에도 차별화된 공정과 설계 기술력으로 메모리 기술의 한계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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