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은 2006년 인도에 진출했다. 당시에는 인도의 성장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정전이 수시로 일어났고, 인도 국민의 30%가 빈곤층이었다. 인도 증권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통화할 때만 휴대폰을 켜는 사람도 많았다”고 했다. 전기요금조차 내기 어려운 나라에서 금융이 꽃피기 어려웠다. 많은 글로벌 운용사가 철수했다. 2012년 피델리티를 시작으로 2013년 모건스탠리·다이와 2015년 골드만삭스가 떠났다. 금융위기 직후 2015년까지 ‘암흑의 시기’로 기억된다.
지난달 22일 뭄바이에서 만난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미래에셋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인도에서 철수하지 않고 버틴 것이라고 했다. 한 인도인 관계자는 “‘미스터 박’이 인도를 버리지 않은 덕분에 성장의 과실을 향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스터 박은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을 가리킨다.
인도법인에 기회가 찾아온 것은 2014년 무렵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취임하면서 초고속 성장이 시작됐다. 금융 인프라가 순식간에 깔렸고, 인도 국민이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래에셋은 인도에서 600만 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현지화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 법인에는 주재원이 두 명밖에 없다. 대표이사는 인도인, 현지 직원도 240여 명에 달한다. 스와럽 모한티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 대표는 “우수한 직원을 채용하고 이들의 현지 영업망을 활용해 고객을 늘렸다”고 말했다.
굵직한 전략은 본사에서 수립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가 대표적이다. 뭄바이 차트라파티시바지 국제공항에 도착하면 미래에셋 ETF 광고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인도에서 아직 ETF에 투자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핵심 상품이 될 것으로 보고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뭄바이=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