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가 기본소득 폐지 결정을 내리기까지에는 다소 복잡한 지역 기반 정치가 작용한 측면도 있다. 국민의힘 소속 신상진 시장은 은수미·이재명 전 시장과 정당이 다르고, 이 지출 예산의 70%를 대는 경기도의 김동연 지사와도 다르다. 이렇다 보니 내년도 예산 편성 철을 맞아 경기도와 성남시 사이에 이 지출을 두고 티격태격 마찰까지 빚어졌다.
시·도 행정에서 경위가 어떻든 간에 기존 지출을 없애고 그 돈으로 청년 일자리 확충과 창업 지원에 쓰겠다는 신 시장의 결단은 전적으로 타당하다.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성남 사회단체들까지 나서 반발했지만 신 시장은 뚝심 있게 폐지 조례안을 밀어붙였다. 숱한 지자체처럼 이 눈치 저 눈치 다 살폈다면 의미 없는 퍼주기는 계속됐을 것이다. 폐지 결정에 대한 항의전화가 성남시청에 몰리는 것을 보면 빗나간 복지조차도 정상화는 말처럼 쉽지가 않다.
이름도 그럴듯한 청년기본소득이 7년 만에 시작 지역에서 퇴출되는 것은 여러모로 시사적이다. 복지는 결국 지속 가능 여부가 관건이고, 경제가 어려우면 어떤 복지든 환상이라는 사실이다. 지금처럼 나라 경제가 어려워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으면 정부든 지자체든 빚을 낼 수밖에 없다. 더 나빠지면 ‘복지 다이어트’ ‘복지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 성남시의 폐지 결정을 계기로 경기도가 지역 내 다른 30개 시·군에 청년기본소득을 계속 이어갈 것인지를 묻고 있는 것도 그런 차원에서 주목된다. 올해 경기도의 지방세 펑크는 1조9000억원을 넘어선다. 중앙정부 못지않게 지자체들도 세수 부족에 시달린다. 내년에도 호전된다는 보장이 없다. 김 지사는 ‘김동연식 기회소득’이라도 시도하려면 청년기본소득의 출구전략을 강단 있게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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