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럽의 병자' 된 독일과 닮은꼴 한국, 남 걱정할 때 아니다

입력 2023-09-05 17:57   수정 2023-09-06 07:00

유럽 최대, 세계 4위 경제 대국인 독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주요 선진국 중 유일하게 올해 역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부동산 침체가 덮쳐 부동산 개발업체가 줄줄이 파산하고 있다. 독일 내부에서조차 ‘유럽의 병자’가 됐다는 자조 섞인 탄식이 나올 정도다.

독일 경제의 부진 요인으로는 러시아 에너지, 중국 교역, 자동차산업 등 3가지 ‘쏠림 현상’이 꼽힌다. 러시아 가스 파이프라인을 믿고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값 폭등을 초래했다. 높은 중국 무역 의존도 역시 독이 됐다. 독일의 대중 수출 비중은 전체의 6.8%로 4위, 수입은 12.8%로 1위다. 무엇보다 내부의 구조적 문제가 크다. 자동차, 전자, 기계 등 기존 산업에 집중해 디지털과 전기차 등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뒤처졌다. 인구 구조적으로는 고령층 근로자가 늘면서 숙련도가 높은 근로자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독일 상황을 강 건너 불구경할 수 없는 것은 우리와 닮아서다. 한국 경제 역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 고착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조업 비중과 중국 의존도는 독일보다 훨씬 높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다. 수출 지역과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첨단산업 위주로 산업구조를 다각화하고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에 대비할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 시급하다.

정작 독일에서 배워야 할 건 따로 있다. 독일은 경제 회복 해법으로 연간 70억유로, 4년간 320억유로(약 45조9000억원) 규모의 법인세 감면 패키지 법안(성장기회법)을 내놨다.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를 강조해온 좌파 성향 사회민주당(SPD)이 이끄는 연립정부가 세금을 깎아주기로 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3%포인트 내리는 법인세 개정안을 추진했으나 거야의 부자 감세 프레임에 막혀 1%포인트 ‘찔끔 인하’에 그쳤다. 가업 승계법 등 경제와 민생 관련 200여 건의 법안은 여야의 극단적 정쟁에 예외 없이 국회에 표류 중이다.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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