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들의 감산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원유 수출 제재가 완전히 무력화됐다는 점이 다시금 드러났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원유 감산 결정을 “시장의 균형과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현재 원활하게 원유 수출을 하고 있고, 스스로 물량을 줄일 정도로 여유가 넘친다는 얘기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국, 독일 등 주요 7개국(G7)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중단하고, 다른 국가로 수출되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서도 배럴당 60달러의 가격 상한을 설정했다. 그러나 인도와 중국 등은 보란 듯이 제재를 무시하고 러시아 원유를 수입했고, 남는 물량을 정제해 재판매하기까지 했다. 결국 올봄 무렵 러시아의 원유 수출은 전쟁 전 수준을 넘어섰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의 감산 담합에 가담할 정도가 됐다.
이런 상황에도 미국과 영국·독일은 자국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정부 지지율 하락을 우려해 추가 조치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틀어막을 경우 유가가 급등해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원유를 이용해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같은 사람들은 (러시아의 희망대로) 모스크바와 협상하자고 나설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