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은 고객의 가치 창출과 무관한 ‘의미 없는 가짜 일’을 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면서 일 자체를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됐다.
일과 삶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시작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이 얼마나 보장되느냐가 일하기 좋은 회사를 선정하는 핵심 기준이 돼버렸다. 가능하면 일을 적게 하고 개인의 여가시간을 보내는 것이 행복한 직장 생활의 기준이 돼가는 것이다.
최근 자사에서 조사한 설문 결과를 분석해 보면 고객 가치 창출과 무관한 의미 없는 가짜 일들이 조직에서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이유의 65%는 리더십과 관련돼 있었다. 예를 들면 과다한 보고서 작성, 비효율적인 회의 진행, 보여주기식 의전 활동, 의사 결정 지연 등이다. 나머지 30%는 조직 구조상의 문제에서 발생하는 불명확한 R&R(역할과 책임) 및 구성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정보기술(IT) 시스템의 미흡 및 부재였다. 비효율적인 업무 관행의 95%가 회사의 시스템이나 운영 및 관리 체계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고 실질적으로 구성원에 의해 발생하는 비율은 5%밖에 되지 않는다.
구성원들은 일이 많아서 ‘번아웃’되기보다 그런 많은 일의 경험이 개인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의미 없는 일이기 때문에 번아웃되는 것이다.
조직에서 심리적 계약이라는 개념이 변화함에 따라 일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도 변하고 있다. 이제 직원들은 회사를 단순히 성과에 대한 급여를 받는 곳 이상으로 생각하고, 이곳에서 목적과 의미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몰입하게 하기 위해 회사는 만족감을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이들의 성장에도 집중해야 한다. 직원들은 업무를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스스로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진정한 리더를 필요로 한다. 매년 성과 평가를 하는 것에 더해서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리더들이 지속적으로 피드백해주기를 바란다. 다시 말해 직원은 빠른 속도로 ‘직장 내 소비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고객을 이해하고, 분류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청취하는 다양한 방식을 찾는 데 시간을 보냈다면 이제는 직원을 위해 같은 노력을 해야 한다.
일하기 좋은 회사의 핵심은 즐거움과 편안함이 아니라 ‘인정’과 ‘성장’, 두 단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우리가 일이라는 경험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을 수 있는 내재적인 가치들이다. 이 두 가지가 전제되지 않으면 조직 내 어떤 활동들도 구성원에게 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힘들다. 조직문화 담당자들이 지향해야 하는 것은 ‘일하기 편한 회사’가 아니라 ‘일하기 좋은 회사’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승민 LG화학 인재육성담당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