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남편에 맞서다 할퀸 아내…헌재 "정당방위"

입력 2023-09-06 18:26   수정 2024-09-11 11:26

부부싸움 도중 남편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여성이 해당 처분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헌법재판소가 인용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31일 청구인 A씨가 “인천지방검찰청의 기소유예 처분으로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A씨는 2021년 1월 집에서 남편 B씨와 부부싸움을 하다가 112 신고를 위해 B씨가 들고 있던 휴대폰을 뺏는 과정에서 손톱으로 B씨의 팔을 할퀴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쌍방폭행 사건으로 판단하고 A씨에게 폭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란 범죄의 혐의를 인정하나 범죄의 경중 및 정황 등을 참작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걸 말한다. 이 같은 처분이 부당하다고 본 A씨는 같은 해 8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남편의 팔을 할퀸 A씨의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A씨에게 폭행죄가 성립한다는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를 통해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부당한 처분이라는 지적이다.

헌재는 폭행 당시 상황이 녹음된 음성녹취 파일 등 증거를 분석한 결과 A씨의 행위가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정당방위라고 판결했다.

헌재는 A씨의 폭행은 B씨가 먼저 폭력을 행사하자 이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했고, A씨는 남편의 폭행으로 약 28일간의 치료가 필요하게 됐지만 A씨가 행사한 폭력은 경미하다고 봤다.

헌재는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를 밝히지 않고 폭행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내려진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은 수사미진, 법리 오해의 잘못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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