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토지 원소유주 A씨 등이 "토지의 환매권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아 손해를 봤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택지개발사업을 위해 사업시행자가 원소유주로부터 협의취득한 토지의 환매권 발생 요건에 어떤 법령을 적용해야 하는지다. 환매권이란 매도·수용된 재산을 전 소유자가 다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토지보상법 등은 택지개발사업을 위해 사업시행자가 취득한 토지에 대해 일정 기간 이상 사업이 진행되지 않거나 폐지될 경우 토지의 원소유주가 해당 토지를 환매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2005년 12월 충북 청주 동남지구를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하고, 충북도지사는 2008년 5월 이 사업 계획을 승인했다. 사업시행자인 LH는 2009년 5월 A씨 등으로부터 개발 부지의 토지를 협의취득했다. 이후 2014년 7월 택지 조성 공사를 시작했다.
토지보상법 제91조 제2항은 '취득일로부터 5년 이내에 취득한 토지의 전부를 해당 사업에 이용하지 않았을 경우 보상금 상당의 금액을 사업시행자에게 지급하고 그 토지를 환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환매권은 취득일로부터 6년 이내에 행사해야 한다. A씨 등은 "LH가 토지를 취득하고 5년이 지나도록 해당 토지 전부를 사업에 이용하지 않아 환매권을 발생했음에도 자신들에게 공고·통보하지 않아 환매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모두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토지의 환매에 대해 토지보상법령의 규정을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하지만 상고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토지의 환매에 대해 토지보상법이 아닌 구 택지개발촉진법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토지보상법 조항을 근거로 A씨 등에게 환매권이 발생했다고 본 원심 판결에는 협의취득한 토지의 환매권 발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구 택지개발촉진법 제13조 제1항은 '개발 예정지구 해제 등으로 수용한 토지가 전부 또는 일부 필요 없게 된 경우 해당 토지의 원소유주는 필요 없게 된 날로부터 1년 내에 보상금을 사업시행자에게 지급하고 해당 토지를 환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 택지개발촉진법은 환매권자의 권리 소멸에 대해서만 토지보상법 제92조를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택지개발사업과 관련된 환매에 대해 토지보상법을 준용한다는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대법원은 구 택지개발촉진법에서 환매에 대해 규정한 조항이 가리키는 '수용한 토지'뿐만 아니라 협의취득한 토지에도 구 택지개발촉진법 제13조 제1항 유추적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택지개발사업은 다른 공익사업과 달리 사업시행자가 사업 부지를 취득한 이후에도 오랜 기간 현실적으로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 택지개발촉진법은 이런 사정을 고려해 토지보상법과 별도로 환매권 발생 사유를 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 택지개발촉진법이 수용한 토지의 환매권 발생 요건만 규정하고 있는 점에 대해선 "토지를 취득한 원인이 수용인지 협의취득인지에 따라 환매권 발생 요건을 달리 보아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택지개발사업 시행을 위해 취득한 토지의 취득원인이 협의취득인 경우에도 수용한 토지의 환매권에 대해 규정한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환매권 발생 요건을 정해야 한다는 점을 최초로 판결한 사례"라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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