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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운동화를 꺾어 신고 다니는 태주와 그 일행은 낡은 운동화를 신을 수밖에 없는 정인을 놀리고 괴롭힌다. 가난한 아이, 괴롭히는 일당들, 흔히 봐온 구도를 <클로버>는 어떻게 풀어갈까. 고양이와 검정 옷을 두른 남자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악마가 정인에게 접근해 근사한 제안을 하고, 달콤한 유혹 앞에서 정인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나혜림 작가가 쓴 <클로버>는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 작품이다. 우선 이 소설은 여타의 청소년 소설과 달리 교양을 쌓을 만한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용어는 작가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검색 가능한 실제 용어들이다. 우선 정인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게 이름 ‘햄버거 힐’만 해도 여러 정보와 함께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까만 옷을 입은 악마 헬렐 벤 샤하르, 소돔의 사과, 최고급 코스 요리, 샤토 페트뤼스 와인, 파우스트, 성경적 상황과 구절 등 책을 읽다 보면 상식과 지식을 두루 섭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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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도우며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인이지만, 무조건 착하고 고분고분한 아이는 아니다. 소비기한이 지난 빵과 패티를 사용하는 햄버거 힐 주인을 경멸하면서도 정인은 패티를 몰래 집으로 가져와 자신도 먹고 고양이에게도 데워 준다. 폐지를 모아 건넬 때마다 후하게 값을 쳐주던 고물상 박 사장이 폐짓값이 떨어졌다며 제값을 주자 정인은 이를 섭섭하게 생각한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던 영화 <부당거래>의 대사처럼.
할머니와 정인은 도움받는 걸 몹시 꺼리는데, 자존심이 아닌 자격지심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집스럽기도 하다. 그런 답답함이 악마에게 쉽게 넘어가지 않는 정인의 성격을 대변해주는 요소가 된다.
정인에게 단 하나 가슴 두근거리는 일은 예쁘고, 공부 잘하고, 바이올린도 잘 켜는 재아와 마주하는 일이다. 친해질 기미가 보이자 정인은 자신의 처지 앞에서 망설이게 되고, 기회를 포착한 악마는 유혹의 손길을 뻗는다. 괴롭히는 태주를 응징하고 재아의 마음을 얻게 해주는 것은 물론 호화로움을 맛보게 해주겠다는 제안이다. 정인은 태주가 응징당하는 것도 싫고, 남의 도움을 받아 재아의 마음을 얻고 싶지도 않다.
악마가 네잎클로버, 아니 만 개의 잎을 가진 클로버를 주겠다고 다그치지만 정인은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갈 방법을 찾아보기로 결심한다.
힘든 순간, 유혹적인 순간,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선택 앞에 서게 된다. 그럴 때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 세상은 점점 화려하고 자극적으로 변해간다. 한번 발을 잘못 들이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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