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코로나19 기간에 외지로 빠져나간 관광산업 종사자들의 자리가 완전히 채워지지 않은 가운데 인건비 상승, 원재료 가격 인상 부담 등이 더해졌다. “사업자들의 고충이 내륙에 비해 더 크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현지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큰 폭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바가지요금 논란은 억울하다”는 항변이 나온다.
관광업은 인력 공급이 중요한 대표적 업종 중 하나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에 제주의 전세버스 기사, 여행 가이드, 숙박시설 관리인 등은 직업을 바꾸거나 육지로 떠났다. 이들 인력 수는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협재해수욕장 인근에서 2018년부터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인 손요한 씨(31)는 엔데믹 이후 홍보·마케팅 비용을 거의 쓰지 않고 시설 운영에만 집중하고 있다. 손씨는 “예전에는 ‘제주 한 달 살기’ 바람이 불면서 게스트하우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무급으로라도 일하겠다는 지원자가 많았는데, 코로나19 이후로는 지원자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협재에 ‘카페 훤’을 연 송재훤 씨(40)도 코로나19 기간에 혼자 근무하다 올해 들어서야 주말에 아르바이트생을 쓰기 시작했다. 비싼 인건비 때문이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사람 구하기가 육지보다 더 까다롭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구직 플랫폼 알바몬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내 스타벅스 파트타이머의 시급은 1만500원 선이다. 제주 지역에서는 시급이 500원 더 비싸다. 오름이나 해안가에 자리 잡은 일명 ‘뷰 맛집’ 카페들은 최저시급(9620원)보다 24.7% 높은 1만2000원 선에서 근로자를 구하고 있다.
호텔·리조트의 경우 식자재 조달 비용이 가장 큰 고민이다. 수산물은 제주산을 주로 사용하지만 당근, 귤을 제외한 농산물과 축산물 등은 수도권에서 구입한 뒤 항공기로 들여와야 한다.
수산물마저도 식자재 유통업자들 사이에서 “제주도에서 가장 좋은 물건은 서울로 다 빠져나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호텔 관계자는 “운영 중인 업장 중 제주가 원재료 가격 및 물류비용 상승 부담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제주=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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