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의 보컬은 독특하다. 당대 재즈 보컬들은 풍부한 성량 때문에 가스펠 창법으로 노래했다. 하지만 그는 억양과 박자를 짧게 조절하는 새로운 창법을 구사했다. 1915년 필라델피아 슬럼가에서 태어나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 14세 때 성매매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1933년 18세 나이에 프로듀서 존 해먼드에 눈에 띄면서 첫 재즈 앨범을 냈다. 이후 루이 암스트롱, 베니 굿맨, 테디 윌슨 등 기라성 같은 연주자와 함께 공연했다. 1940년대에는 한 해 수입이 12만달러에 달할 정도로 인기였다.
밖으론 화려했지만, 안으론 썩어 들어갔다. 세 번의 이혼을 겪으며 우울증에 걸렸다. 약물과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 1958년과 1959년 ‘레이디 인 새틴’과 ‘라스트 레코딩’을 잇따라 발매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간경화는 점점 악화됐다.
비극적인 삶으로 인해 홀리데이는 죽은 뒤 더 큰 사랑을 받았다. 4개의 그래미상도 모두 사후에 받았다. 1986년엔 그의 생애를 다룬 연극 ‘에머슨 바 앤드 그릴에서 레이디 데이’가 무대에 올랐고, 2020년엔 영화 ‘빌리’가 개봉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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