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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생존을 걱정해야 했던 쿠팡이 ‘10% 벽’을 목표로 삼았다는 건 그 자체로 기적에 가깝다. 수조원의 적자를 내다가 글로벌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기 직전 미국 상장에 성공한 일을 쿠팡의 실력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기적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단순화의 위험을 감수한다는 걸 전제로, 점유율 10%는 10명 중 1명이 쿠팡을 지속해서 사용한다는 의미도 된다. 쿠팡 입장에선 나머지 90%를 희망이 가득한 신천지로 보고 있겠지만, 정반대의 해석도 가능하다. 그 많은 돈을 쏟아부었음에도 왜 10명 중 9명은 여전히 쿠팡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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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프레시백은 2020년부터 전국에 퍼졌다. 다음 주문을 할 때 문 앞에 두면 쿠팡 배송 트럭이 이를 수거한다. 전국의 쿠팡 캠프에서 세척한 다음 물류센터로 보내져 재사용된다.
문제는 이 과정이 100%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다. 수거가 조금이라도 늦어지거나 소비자가 제때 수거 요청을 하지 않을 경우 지저분한 프레시백이 아파트 복도에 방치돼 있곤 한다.
쿠팡이 기적에 가까운 성공을 거듭할 수 있었던 건 ‘소비자에 대한 광적인 집착’ 덕분이다. 김 대표와 인도공과대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실리콘밸리 출신인 엔지니어들은 극도의 효율성을 무기로 이를 현실화했다.
하지만 쿠팡이 간과한 게 하나 있다. 인간의 쇼핑 본능이다. 이곳저곳 매장을 옮겨 다니며 때론 불합리하게 보이고, 감성에 치우치기도 하는 구매의 즐거움 말이다. 쿠팡의 관점에선 가장 싸고, 빠르게 배송해주는 쿠팡에서 물건을 사지 않는 건 반(反)이성적이다. 소비자가 쿠팡을 사용하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아직 그 맛을 못 봤기 때문이다.
최근 쿠팡과 CJ올리브영의 다툼은 이 같은 쿠팡식 사고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쿠팡은 화장품 브랜드의 쿠팡 뷰티 입점을 방해했다며 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한 바 있다. 시시비비는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쿠팡 뷰티의 저조한 성적이 과연 올리브영의 방해 때문일까 하는 데는 의문이 든다.
올리브영의 2030세대 상품기획자(MD)들은 소비자의 감성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를 찾아 유럽이나 미국을 수시로 찾아다닌다. 이에 비해 쿠팡에선 MD들이 채 1년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일이 허다하다.
쿠팡이 마의 10% 벽을 넘기 위해선 어쩌면 바로 지금 환골탈태 수준의 조직 혁신이 수반돼야 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매출이 10분의 1 규모(지난해 기준)밖에 안 되는 올리브영에 왜 고전을 면치 못하는지를 결코 깨닫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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