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올들어 최고치를 찍는 등 고공행진을 하면서 석유·정유주 주가가 꿈틀거리고 있다. 석유제품 수요는 증가한 반면 주요 산유국들은 원유 감산 조치를 이어갈 전망이라 석유·정유기업들이 실적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고유가에 투심 몰리는 석유·정유주
13일 남해화학은 4.35% 뛴 7910원에, 흥구석유는 2.93% 오른 8130원에 장을 마감했다. 두 기업은 휘발유·등유·경유 등을 정유업체로부터 사들여 시장에 유통한다. 정유기업인 에쓰오일(S-Oil)은 2.19% 오른 7만9500원에 손바뀜됐다. 원유 가격이 연중 최고 수준으로 오르자 석유제품 수요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 투자자들이 이들 기업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근월물은 배럴당 89.11달러에 손바뀜됐다. 브렌트유는 92.28달러에 거래됐다. 둘다 지난 10개월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지난 6월 초와 비교하면 각각 18달러가량 상승했다.
이는 수요가 공급을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엔데믹 본격화 이후 원유와 석유제품 수요는 항공유를 필두로 꾸준히 늘고 있다. 중국의 석유제품 수요도 증가세다. 이에 비해 공급은 좀체 늘지 않는 분위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 연합체인 OPEC+은 최근 추가 감산 조치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정제마진 상승 사이클 탔다…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예상"
증권가에선 정유주 실적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2분기엔 ‘어닝쇼크’ 수준 실적을 냈지만 3분기는 극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예상이다. 정유사의 수익성 핵심 요소인 정제마진이 오르고 있다는 게 주요 근거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비, 운영비 등을 제외한 금액이다. 원유가가 꾸준히 오르면 통상 정제마진도 상승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시장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라 정유사가 제품 가격을 높여 받을 수 있다. 여기에다 해외에서 들여온 원유를 국내에서 정제해 판매하기까지 약 한달여간 시차가 작용한다. 원재료인 유가는 지난달 가격을, 석유 제품은 이달 오른 가격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마진이 커진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정유사들의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5.1달러로 13개월만에 최고치를 냈다. 손익분기점으로 통하는 4~5달러선 대비 세 배 이상 높다. 지난 2분기엔 정제마진이 한동안 3~4달러 수준에 머물러 정유사들의 실적 발목을 잡았다. 2분기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HD현대오일뱅크)의 영업손실은 3579억원에 달했다.
이달 들어 S-Oil에 대해 리포트를 낸 증권사 세 곳 중 두 곳은 목표가를 상향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전날 S-Oil의 목표주가를 기존 9만6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올렸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정제마진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유가와 정제마진이 동시에 개선되는 구간에 진입한 만큼 정유주 주가의 상승폭도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지난 8일 목표주가를 기존 10만원에서 11만원으로 올린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급 상황을 볼 때 이젠 정제마진의 고점이 구조적으로 높아졌다”며 “이는 3분기에 바로 반영될 만큼 이익 서프라이즈가 예상된다”고 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회복이 정유부문 이익 ‘쌍끌이’를 할 것”이라며 “S-Oil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7838억원으로 1년내 최고치에 도달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주가 ‘훈풍’이 아직은 정유주 일부에만 부는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소재 사업 등 정유 외 다른 사업 부문의 주가 영향이 크다. 이날 주가는 4.25% 내린 15만9900원이었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의 지주사 GS는 주가가 1.77%, 현대오일뱅크를 자회사(지분율 73.85%)로 둔 HD현대는 0.57% 올랐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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