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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양국의 외교안보 분야 실권자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외교부 장관(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몰타에서 만나 12시간 동안 양국의 현안을 논의했다. 오는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 정상회담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설리반 보좌관과 왕 장관의 회담에 대해 미·중 관계, 중국의 러시아 지원 문제, 대만 문제 등이 논의됐으며, 양국 모두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였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양국이 각종 경제·안보 이슈로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 외교안보 전략가가 만난 것은 예측 불가능한 충돌을 피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월 중국 정찰 풍선의 미국 영공 침입 사건으로 미·중 관계가 최악의 갈등으로 치닫을 때에도 두 사람이 만나 양국 대화 재개의 물꼬를 텄다.
다만 각종 현안에 대한 미·중의 신경전은 몰타 회담에서도 계속됐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 정책과 중국의 갈륨·게르마늄 수출제한 등 경제 이슈 뿐만 아니라 대만·남중국해·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안보 현안에 대해서도 양측이 쉽게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다.
특히 대만 문제를 놓고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 장관은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극복할 수 없는 한계선”이라며 ‘내정간섭 금지’를 주문했고, 설리반 보좌관은 “중국의 대만해협 중간선 침범과 대만 주변 군사 활동 등의 강압 행위가 현재 상황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설리번 보좌관과 왕 장관은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회동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 양국 정상간 회담이 안정적인 미·중 관계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 기조를 풀지 않을 경우 양국 정상회담이 만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왕 장관이 설리반 보좌관과의 몰타 회동을 마치고 러시아로 향한 점도 주목된다. 18~21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제18차 양국 전략안보협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왕 장관은 러시아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을 의제를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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