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양국의 외교안보 실권자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외교부 장관(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몰타에서 만나 12시간 동안 현안을 논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1월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는 설리번 보좌관과 왕 장관이 16~17일 몰타에서 회담했다고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양측이 이틀간 총 12시간 동안 대화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미·중 관계, 중국의 러시아 지원 문제, 대만 문제 등을 논의했고 양측 모두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였다”고 평가했다.
미·중이 각종 사안으로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외교안보 전략가들이 만난 건 충돌은 피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월 중국 정찰 풍선의 미국 영공 침입 사건으로 미·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때도 두 사람이 만나 대화 재개의 물꼬를 텄다.
다만 각종 현안에 대한 양국의 신경전은 몰타 회담에서도 계속됐다.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통제 정책과 중국의 갈륨·게르마늄 수출 제한 등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우크라이나전쟁 등 각종 안보 현안에 대해서도 양측이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다. 특히 대만 문제를 놓고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리번 보좌관과 왕 장관은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회동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 양국 정상 간 회담이 안정적인 미·중 관계 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중요한 다자간 경제 협력 메커니즘으로서의 APEC 역할을 매우 중시한다”며 시 주석의 회의 참석 기대감을 높였다.
왕 장관이 설리번 보좌관과의 몰타 회동을 마치고 러시아로 향한 점도 주목된다. 18~21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제18차 양국 전략안보협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왕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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