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이익 늘어도 배당은 줄어드나

입력 2023-09-19 17:51   수정 2023-09-20 00:55

올해부터 도입된 새 회계기준(IFRS17)으로 보험사의 실적이 출렁이는 가운데 배당 재원을 결정하는 배당가능이익이 새로운 논란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현행 상법에선 배당가능이익을 계산할 때 순이익에서 미실현이익을 빼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새 회계기준을 적용하면 보험사의 미실현이익이 커져 배당가능이익은 그만큼 줄어든다. 보험사들은 배당을 최소한 지금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금리·환율 변동 때 배당 감소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은 IFRS17 도입이 보험사 배당가능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금리와 환율이 바뀌기만 하면 배당가능이익이 줄어드는 문제를 시정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은 순이익에서 미실현이익을 뺀 금액이다. 현금화하지 않은 장부상 이익까지 배당해 배당액이 과도하게 커지는 것을 제한하려는 규정이다. 미실현이익은 기업이 보유한 주식 채권 등 자산 평가액(시장 가치)이 커질 때 또는 부채의 평가액이 작아질 때 생긴다.

상법은 기업이 파생상품을 활용해 ‘헤지 거래’하는 경우에 배당가능이익에서 관련 미실현이익을 빼지 않도록 하는 예외를 두고 있다. 위험 헤지로 손실을 방어한 것인데 배당을 줄여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반영해 2014년 상법을 개정했다. 금융회사는 금리, 수출 중심 기업은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파생상품을 이용한다.

보험사에는 IFRS17을 도입한 올해부터 배당가능이익 축소 문제가 불거졌다. 보험사는 파생상품을 활용하기보다 보험계약에서 받는 보험료만큼 채권을 사는 방식으로 금리·환율 변동 위험을 줄인다. 30년 만기 계약이라면 30년 만기 채권을 사는 식이다. 해외에서 따낸 보험계약은 해당 국가의 채권을 사서 환율 리스크까지 방어한다. 보험료는 나중에 보험금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부채가, 매입한 채권은 운용자산이 된다.
해외 사업 많을수록 리스크 커져
작년까지의 보험사 회계기준(IFRS4)은 자산과 부채를 취득 당시 가격(원가)으로 고정해서 평가해 미실현손익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IFRS17은 시가 평가 방식을 적용해 금리와 환율 변동에 따라 보험부채와 운용자산에서 미실현손익이 대규모로 발생하게 됐다.

보험부채와 운용자산이 각각 3조원이고 순이익이 2000억원인 보험사를 예로 들면 금리가 연 3%에서 연 3.5%로 0.5%포인트 오르면 보험부채에서 미실현이익이 1500억원 발생한다. 반대로 금리가 0.5%포인트 하락하면 운용자산에서 미실현이익이 1500억원 생긴다. 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배당가능이익이 500억원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해외에 진출한 보험사는 환율 문제가 추가로 불거진다. 해외 자산 30억달러(1달러=1000원 가정), 순이익 2000억원인 보험사는 환율이 1050원이나 950원으로 5% 움직이면 배당가능이익이 500억원으로 쪼그라든다. 해외 사업이 많은 보험사는 내년에 배당가능이익이 ‘0’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처럼 금리나 환율이 바뀌기만 해도 배당가능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은 배당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겠다는 정부 방침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투자설명회(IR)에서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이 시장 친화적 방식으로 배당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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