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회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첫날 기조연설을 통해 개방과 포용, 국제 협력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규탄했던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연단에 올라 "(우리는) 모두 세계사의 변곡점에 서 있으며, 공통의 목적을 위해 단합해야 한다"며 "어떤 국가도 오늘날의 과제를 혼자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와 빈곤 문제에 대한 국제적 협력을 촉구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확대에 대해 "많은 회원국과 진지하게 협의 중이다"라며 "안보리에 더 많은 관점과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세계은행 등 다자협력 기관을 확대해 빈곤 국가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아프리카연합(AU)의 주요 20개국(G20) 합류를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앞서 아프리카를 언급한 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G20이 아프리카연합을 받아들이면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포럼이 됐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리카 니제르와 가봉에서 일어난 쿠데타에 대해선 AU와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반군 세력이 아닌 민주주의를 통해 성립된 정부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우리를 더 굳건하게 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최선의 도구는 민주주의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서는 온건한 태도를 보였다. 기후 문제와 기타 국제적인 재난에 대한 '공동의 노력'을 강조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냉전 식 경쟁에 반대한다"며 "중국과의 관계는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이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파트너십은 어떤 국가를 봉쇄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경제 성장을 억제하지 않을 것이란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번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발언을 자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자유를 지켜야 한다"며 "침략자(러시아)를 달래기 위해 핵심 원칙을 포기하고 우크라이나를 분할한다면 유엔 회원국 중 그 누구도 훗날 침략에 대한 보호를 확신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 게 전부였다.
바이든 대통령에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헌장 위반이다"라며 "전쟁이 공포의 연쇄작용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앞서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아 열린 유엔총회 긴급 특별회에서도 이같이 비판한 바 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 세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며 러시아의 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해 "핵 위협은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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