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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과의 중요한 광물 협정이 체결되도록 추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내용이 협정에 포함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우리가 원하는대로 이 협정이 체결된다면 인도네시아 제품에 좋은 일이며 매우 큰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간 인도네시아는 니켈·리튬 등 자국에서 생산하는 광물이 IRA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미국과 협상해왔다. IRA는 전기차 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 40%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인도네시아산 광물은 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 경우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들이 인도네시아산 광물 사용을 기피할 수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직접 이야기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2월에 생산을 시작하는 인도네시아 배터리 공장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협상이 신속히 타결돼야한다"고 덧붙였다. 조코위 대통령은 오는 11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한다. 이달 초 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차 자카르타를 방문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미국이 세계 최대 니켈 매장량 본거지인 인도네시아와의 광물 연계성을 확대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변수는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밀월관계다.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한 미국의 IRA가 자칫 중국에 도움을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서다. 바이든 대통령이 ASEAN 정상회의에 해리스 부통령을 대신 보낸 것도 이러한 불편한 기류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중국은 최근 핵심광물 주요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에 따르면 중국의 대인도네시아 투자는 2014년 8억달러에서 지난해 82억달러로 급증했다. 인도네시아 싱크탱크인 경제법연구센터는 인도네시아를 중국 일대일로 인프라 구축 계획의 주요 수혜국으로 꼽았다. 캄보디아에 이어 파키스탄과 함께 공동 2위였다. 조코위 대통령은 최근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 건설 현장을 방문해 "인도네시아의 국익이 최우선이다. 경제든 정치든 마찬가지"라고 연설하기도 했다. 고속철도 건설에는 중국 컨소시엄 자금이 쓰였다.
인도네시아가 IRA 수혜를 받으면 국내 자동차·배터리 제조사들도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에 인도네시아 원자재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카라왕 전기차배터리 합작 공장 시운전에 돌입하기도 했다. 양사는 내년 상반기부터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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