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한창이던 지난달 말 신세계그룹이 정기 임원 인사를 한 달여 앞당겨 9월에 할 것이란 소문이 그룹 안팎에서 빠르게 번졌다.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운영사 ㈜신세계의 실적 악화가 문제였다.
백화점 쪽에선 부동의 1위 신세계 서울 강남점조차 8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주가는 2011년 상장 후 최저로 추락했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의 읍참마속 인사는 이런 분위기 속에 단행됐다.
이마트는 올 상반기에 39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 전환했다. 매출도 14조40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마트는 7만3300원으로 마감했다. 2018년 32만원까지 올라갔던 것과 비교하면 ‘날개 없는 추락’이다.
신세계 실적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올 상반기 매출(3조6346억원)과 영업이익(3019억원) 모두 전년 동기 대비 13%씩 떨어졌다.
이마트는 신선식품과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인천 연수점을 새로 단장하는 등 매장 리뉴얼에 공을 들이고 있다. 매년 정년 퇴임하는 정규직 숫자가 증가하는 건 고정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요인이다.
신세계와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겸직하게 된 박주형 대표 역시 신세계 전략실 등에서 관리와 개발을 주로 담당해왔다. 패션 및 브랜드 전문가인 손영식 전 대표와는 결이 다르다는 게 그룹 내 중론이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성공 신화를 이끌었던 이석구 신성장추진위 대표가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로 현장에 복귀한 것도 ‘관리 모드’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세계 임원들 사이에선 이 대표가 신세계백화점 대표로 투입될 것이란 말까지 돌았다. 그룹 관계자는 “신성장추진위는 사라지지만 이 대표는 침체 상태인 라이브쇼핑의 활로를 찾고 동시에 그룹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원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가 주류 계열사인 신세계L&B 대표를 겸직하도록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종합식품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선 통합 관리가 필수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조직 운영과 관련해선 통합본부장 체계를 도입한다. “부서별 칸막이를 없앤 하이브리드형 조직 체계, 업무 영역별 과감한 세대교체등으로 기존의 전통적 조직 운영 방식을 뛰어넘는 혁신적 변화를 끌어낼 것”이란 게 그룹의 설명이다.
신세계그룹의 대폭 쇄신은 쿠팡 등 e커머스 공세의 위력을 보여주는 방증으로도 해석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유통 대기업들이 e커머스 방식을 좇으려다 실적 악화에 내몰렸다”며 “상품 경쟁력과 쇼핑의 즐거움이라는 오프라인 유통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회귀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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