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AA.34566880.1.jpg)
“날씨가 한창 더웠던 8월 중순까지만 해도 대추가 엄청나게 크게 자랐는데, 이달 들어 잦은 비로 속이 다 썩어버렸습니다. 서둘러 수확했지만, 상(上)품은 거의 없고, 절반은 갖다 버린 것 같아요.”(경기도 용인 농민 김모씨)
지난달 말부터 형성된 비구름이 이달 들어 장기간 비를 뿌리면서 ‘가을장마’가 추석 식탁 물가의 변수로 떠올랐다. 강원, 경상, 전라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강한 비가 이어져 주요 산지의 작황이 부진하다. 특히 과수 농가의 시름이 깊다. 사과, 배 등 차례상에 올리는 과일 가격은 작년보다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21일 오전까지 경기 남부와 충청권, 남부 지방, 제주를 중심으로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오는 곳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과 경남 남해안에는 150㎜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비는 이달 중순 들어 멈추지 않고 오락가락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전국 주요 산지에선 농민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사과 등 차례상에 올라가는 과일 농가가 특히 그렇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AA.34568077.4.jpg)
사과는 지난 7월 태풍 ‘카눈’이 주산지인 경상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1차 타격을 받았다. 이어 고온다습한 날씨의 영향으로 탄저병까지 돌아 피해가 속출했다. 박연순 한국과수농협연합회 전무는 “올해 봄철엔 냉해, 여름철엔 집중호우·폭염 등의 영향으로 사과 수확량이 이미 지난해 대비 30%가량 줄었다”며 “과육이 썩는 탄저병 등까지 겹쳐 착과량(작물에 맺혀 있는 열매의 수량)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대추도 사정이 비슷하다. 대추는 기상 여건에 따라 생산량 변동이 큰 작물이다. 올해는 개화기가 여름 장마철과 겹쳤다. 이 영향으로 꽃이 제대로 피지 못했다. 이후에도 고온다습한 날씨로 제대로 자라지 못한 대추가 많다. 가을철 수확을 앞두고 비까지 내리는 바람에 속이 다 썩어버린 물량이 상당수다.
계속되는 이상기후로 대형 유통업체 바이어에겐 ‘대체 산지 확보’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SSG닷컴은 탄저병으로 사과(홍로) 출하가 작년보다 일찍 중단될 것을 고려해 대체 품종인 ‘아리수’를 확보했다. 롯데백화점은 경상·전라도뿐만 아니라 천안, 화성 등 충청·경기까지 사과·배 거래 지역을 확대했다.
참조기, 약과 등 다른 제수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의 지난 13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과(전년 대비 11.0% 상승), 두부(9.4%), 돼지고기(8.8%), 약과(8.7%) 등 제수 24개 품목 중 16개가 전년 동기보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률이 가장 높은 품목은 참조기로 지난해 세 마리에 4948원에서 올해 8098원으로 63.7% 올랐다.
한경제/안정훈 기자 hankyu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