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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이탈리아의 사진사’로 불리는 로렌초 로토(1480~1557)는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을 찍듯이 독창적으로 표현했다. 그의 작품 중 초상화 ‘마르실리오 카스티와 그의 신부 파우스티나’는 상세하게 뜯어보면 ‘우의화(寓意畵)’다. 신랑이 신부에게 결혼반지를 끼우기 직전의 순간을 그렸는데, 두 사람 모두 행복하다기보단 표정이 굳어 있는 게 마치 부모님에게 등 떠밀려 하는 정략결혼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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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앳된 얼굴의 신랑은 검은 옷을 입고 있어 차분하고 성숙한 느낌을 주는 반면, 다부진 신부는 빨간색의 화려한 모습으로 콘트라스트를 형성해 독자의 시선을 빼앗는다. 특히 새 출발을 앞둔 부부의 머리 위에 날개를 펼치고 있는 에로스(Eros)가 보이는데, 미덕을 상징하는 월계수관을 머리에 썼다. 이는 이 부부가 행복하고 도덕적으로 원만한 가정을 이루길 바라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또 에로스는 신랑의 오른쪽, 그리고 신부의 왼쪽 어깨에 막대를 씌우고 있는데 이는 소가 달구지나 쟁기를 끌 때 목에 걸던 멍에(yoke)다.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한 에로스는 신혼부부에게 행복과 함께 서로에 대한 속박과 구속, 희생과 양보 또한 시작됨을 알리고 있다. 실제로 로마 시대에는 아내가 남편에게 귀속됐음을 나타내는 표시로 결혼반지를 끼었으며, 이는 사랑보다는 구속의 의미가 컸다. 이것은 당시 노예들이 주인으로부터 채워진 고리를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의미다. 현대사회에서 결혼은 반지 혹은 고리를 끼는 속박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보다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왜 결혼반지나 커플링을 넷째 손가락에 끼는 걸까?
이처럼 커플 혹은 부부가 서로 떨어지지 않고 의지하며 함께 붙어 있자는 의미로 넷째 손가락에 반지를 낀다는 얘기다. 그래서 넷째 손가락을 링 핑거(ring finger)라고 부른다는 해부학적이고 로맨틱한 가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넷째 손가락을 약지(藥指)라고 부르는데 약물을 달일 때 이 손가락을 주로 사용한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결국 결혼과 반지는 서로에게 구속과 희생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의지할 수 있는 약(藥)이 되는 존재로도 볼 수 있다. 넷째 손가락을 펴기 위해 다른 손가락을 함께 펴듯이, 결혼 기피와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한마음 한뜻으로 마련해야 하겠다.
이재호 계명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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