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배출권할당위원회에서 배출권 거래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민간 자본의 투자를 유도하고, 이월 한도 규제를 풀어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의 유동성과 가격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추 부총리는 “국내 배출권 시장은 거래량은 매우 적고, 가격 변동성은 주식시장의 네 배를 넘을 정도로 커 적정 가격 형성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규제를 대폭 개선하고 상품 다변화 등을 통해 폐쇄적인 배출권 시장을 개방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배출권거래법 개정 작업에 착수해 금융회사의 탄소배출권 위탁거래를 허용할 계획이다. 일반 투자자가 주식을 살 때 증권사를 통해 위탁매매하는 것처럼 탄소배출권도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의 중개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배출권거래소에 가입한 기업 697개사 중 82곳(12%)은 거래한 적이 없으며 384곳(55%)은 연중 단 한 달만 거래에 참여했을 정도로 탄소배출권 거래가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국내 탄소배출권과 연계한 ETF와 상장지수증권(ETN) 출시를 허용하기로 했다. ETF와 ETN은 각각 자산운용사와 증권사가 출시하는 간접투자상품이다. 개인 투자자도 쉽게 배출권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정부는 이르면 2025년부터 개인투자자의 탄소배출권 직접 투자도 허용할 예정이다. 2025년엔 배출권 선물시장도 도입하기로 했다.
기업이 배출권을 다음해로 이월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배출권 이월 한도는 현재 ‘순매도량의 1배’인데 이를 ‘순매도량의 3배’로 늘리기로 했다.
예컨대 탄소 배출권 100t을 보유한 기업이 각종 감축 노력을 통해 50t만 배출했다면 나머지 50t은 시장에 팔 수 있다. 이 중 10t을 시장에 팔았다고 가정하면 이월 가능한 배출권은 현재는 10t뿐이다. 남은 30t은 이월되지 않고 사라지기 때문에 기업은 이 물량도 시장에 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뀐 제도가 적용되면 기업은 30t을 시장에 팔지 않고 다음해로 넘길 수 있다.
최근 경기 하강으로 배출권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기업이 남는 배출권을 시장에 내다팔면서 배출권 가격이 급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가 가장 활발한 2023년 배출권(KAU23) 가격은 이날 종가 기준 t당 1만4600원이다. 1년 전(2만7750원)의 절반 수준이다.
강경민/곽용희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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