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접투자 조건 바뀌었다…수익성보다 '친한 나라' 우선

입력 2023-09-21 18:22   수정 2023-09-22 01:56

지정학적 변수가 세계 투자금 흐름을 좌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인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 총액 1조2000억달러 중 1800억달러가 친러시아 국가에서 서방 국가로 옮겨갔다. 국제 정세를 반영해서다. 이를 두고 수익성보다 국제 질서를 우선시하게 되면 세계 경제의 비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기업의 투자 집행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익률 등 이익을 좇아 ‘비우호국’에도 투자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우방국에 투자를 늘리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경제적 요인보다 국제 정세가 기업의 투자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올해 들어 S&P500 기업의 실적발표회에서 최고경영자(CEO)가 ‘지정학적(geopolitical)’이란 단어를 언급한 횟수는 1만2000회에 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2021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블랙록, 코카콜라, 테슬라 등도 지정학적 요인에 따라 투자 전략을 수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지 여부에 따라 지정학적 경계가 갈라졌고, FDI 흐름이 바뀌었다. 지난해 1조2000억달러 규모의 그린필드 FDI 가운데 1800억달러가 러시아를 옹호한 중국 등 국가에서 러시아를 규탄한 국가로 옮겨 갔다. 그린필드 FDI는 외국 자본이 투자 대상국의 토지를 직접 매입해 해당 국가에 공장 등을 짓는 형태다. 러시아를 옹호한 국가에 대한 투자는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해 세계 그린필드 FDI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했다. 2010~2019년 평균값은 11%였다.

미·중 갈등 격화로 지정학적 요인이 대두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8년 미·중 무역 갈등을 기점으로 지정학적 요인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IMF에 따르면 2010년 세계 FDI에서 우방국 간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37.4%)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 사이에서 이뤄진 투자 비중(34.6%)의 격차는 2.8%포인트에 불과했다. 2018년 미국과 중국이 고관세로 무역분쟁을 빚자 이 격차는 9.8%포인트로 커졌고, 지난해에는 13.4%포인트로 벌어졌다. 지리적 인접성 등을 감안한 비용 절감 목적 투자보다 국제 질서를 반영한 투자가 더 크게 증가해서다.

서방의 보조금 정책이 이 현상을 촉진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자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주는 보조금을 확대했다. 우방국 대상 인센티브도 늘렸다. 우방국과 공급망을 공유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2020년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미국 기업의 대(對)중국 투자는 57.9% 감소했다. 유럽 기업의 경우 36.7% 줄었다.

이 같은 현상이 심화하면 자유무역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정 국가나 블록의 이익은 늘어도, 세계 전체의 관점에서는 경제적 손실이 증가한다는 지적이다. IMF는 탈세계화 때문에 투자가 위축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7%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페니 골드버그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정학적 요인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면 제조 비용이 상승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국가 간 협력이 축소돼 기술 혁신 속도가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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