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아파트 입주 물량 공백기가 나타났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박합수부동산연구소 대표·사진)는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진행된 집코노미 박람회 2023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소장은 "박근혜 정부 때도 공백기가 있었지만, 그 때는 전세가율이 80%를 웃돌 정도로 전셋값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앞으로 예정된 대규모 공급물량이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2기 신도시가 끝나고 보금자리주택 공급도 중단됐다"며 "신도시는 공급까지 10년 걸리는데 박근혜 정부 때 발표한 행복주택 밖에 앞으로 물량이 없다"고 지적했다.
향후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신규 주택 공급 확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서울에 집이 약 300만 가구가 있고, 이 중 58%만 아파트"라며 "재건축·재개발 물량이 서울 주택 공급의 80%를 차지하는데 10년간 인·허가가 중단됐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초과이익환수제 때문에 착공을 미루고 있는 단지들이 많고, 공사를 시작했어도 공사비 부담으로 조합과 시공사가 진통을 겪고 있는 곳들도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금 착공한 단지들이 분양을 하더라도 그 이후 4~5년간은 또 재건축 물량 공백이 나타날 것"이라며 "시공사를 구하기 어렵고 조합 내부 갈등으로 사업시행계획 인가 등 인·허가 중간에 멈춰선 곳들도 많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물량은 1만6681가구로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박 대표는 "3기 신도시 용적률을 풀고 공원이나 지식산업센터 등 자족용지 대신 주택용지를 늘리는 방안 외에는 확실한 공급대책이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내년 집값 전망에 대해선 "소폭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경기침체로 집값 상승세가 멈춘다고 가정해도 전셋값이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게 내년에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전세에 머무를 게 아니라 가급적 집을 매수하는 방향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변수로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세 완화를 꼽았다. 집값 급등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게 박 소장의 전망이다. 그는 "다주택자들이 무주택자보다 먼저 집을 사지 않도록 막아주는 '유일한 방패'가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라며 "중과세 완화는 다주택자가 집을 살 타이밍이 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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