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은 매파적 기조를 분명히 하면서 고금리 장기화를 예고했다. 엊그제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연 5.25~5.50%인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한 것은 물론 19명의 위원 중 12명이 연내 추가 인상에 동조했다. 내년 말 금리 예상치도 6월 연 4.6%에서 석 달 만에 연 5.1%로 상향 조정했다. 한동안 기준금리 연 5% 이상의 고금리 기조를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미국이 연내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현재 2%포인트인 한·미 간 금리 격차는 2.25%포인트로 사상 최대로 벌어진다. 고금리를 좇아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서 환율 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증시에서는 이미 지난달 주식과 채권을 합한 외국인 증권 투자 자금이 17억달러 순유출됐다.
이런 배경을 감안하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한은의 금리 인상 불가피성을 선반영한 것이란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금리 인상은 한·미 금리 격차와 환율을 감안하면 당위성이 있으나, 부작용 또한 적잖다. 그러잖아도 국내 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민간 소비와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대출을 통해 집을 마련한 ‘영끌’족과 소상공인의 고통도 가중될 것이다.
무역수지와 성장률도 정부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불황형이긴 하나 지난달까지 석 달 연속 흑자이던 무역수지는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4억8900만달러 적자 전환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에너지 수입액이 늘어난 탓이다. 우리 경제 구조상 무역수지 악화는 경제 성장에 직격탄이 된다. 정부는 내년 2%대 성장을 기대하고 있으나, JP모간 USB 등은 3고를 반영해 한국이 내년에도 1%대 성장에 머물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제 경기 회복에 대한 섣부른 기대는 접는 것이 타당하다. 경제주체들의 긴축과 고통분담을 통해 장기화 가능성이 높은 고금리·고물가 상황을 견디면서 경제 체질 개선과 산업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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