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이 풍부한 시기를 꽤나 오랫동안 겪어와서 집값 상승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유동성이 마르고 있는 시기입니다.” (박은정 하나감정평가법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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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열린 ‘집코노미 박람회 2023’ 첫번째 세션에선 향후 집값이 계속 반등할지, 재하락할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치열한 토론이 진행됐다. 윤 연구원은 공급 감소와 분양가 오름세 등을 바탕으로 ‘상승’을 점쳤으며, 박 이사는 이미 충분한 물량이 공급됐고 긴축 기조가 이어진다는 점을 근거로 ‘하락’에 베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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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연구원의 주제발표로 이날 토론은 시작됐다. 윤 연구원은 “지난 3월 9억원 하던 서울의 전용면적 84㎡ 아파트 분양가가 요즘엔 11억5000만원 하는데도 청약 경쟁률은 100대 1을 넘는다”며 “신축 가격이 오르는데 기존의 구축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자잿값과 금융비용 인상 여파로 분양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오르자 건설사들의 주택 공급은 줄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주택 착공 물량은 10만2299가구로 1년 전에 비해 54.1% 급감했다. 윤 연구원은 “지금도 한국의 자가주택보유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바닥권”이라며 신규 공급 부족으로 인한 아파트 가격 상승을 주장했다. 그는 “실물은 물가를 반영하는 게 상식”이라며 신축부터 반영되고 있는 물가상승률 반영이 구축으로 확산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하락론자들의 주요 근거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윤 연구원은 “인구 감소로 집값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있는데, 가구 수를 살펴보면 2050년까지 수도권에서 100만가구가 오히려 늘어난다”며 “가구 수가 증가한다는 건 매매든, 전월세든 ‘살 집’이 더 필요해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올초 집값 반등세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중단되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가 줄고 매물이 늘어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윤 연구원은 이에 대해 “올해 실제 서울에서 거래가 많았던 곳을 살펴보면 노원구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등 고가지역”이라며 “특례보금자리론 효과로 거래가 늘었다는 건 착각”이라고 했다.
매물이 쌓이고 있는 지금이 주택 매수의 적기라는 조언도 내놨다. 윤 연구원은 “지금 나올 수 있는 매물은 웬만큼 다 나온 상황”이라며 “시중에 상품이 많이 있는 매수자 우위시장인 올해 안에 의사결정을 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는 “사실 지금도 (매수 타이밍이) 조금 늦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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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이사는 유효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반박을 내놨다. 박 이사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에 참여할 수 있었던 건 돈을 너무 쉽게 빌려줬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인해 유동성 축소 단계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가격 수준을 유지하려면 계속 더 많은 돈을 끌어올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한 상황인 만큼 조정의 시기를 기다리는 게 좋다는 의견이다.
박 이사는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낮추는 ‘피벗’ 시기가 내년 하반기 정도로 예상됐는데, 그보다 더 이후로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지금처럼 거시적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움직이는게 맞을지 판단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가구 수가 늘어난다고 주택 수요가 증가하는 건 아니라는 주장도 펼쳤다. 박 이사는 “가구 수가 늘어나는 건 1인 가구가 급증해서인데, 사회초년생과 노년층 등 1인 가구는 소득이 낮아 주로 원룸 월세로 거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서울의 실수요자가 경기도로 빠져나가는 상황인데, 이들이 지금보다 비싼 가격에 아파트를 살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도 내놨다. 박 이사는 “문재인 정부 5년간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 위주로 한해당 약 20만 가구가 공급됐다”며 “이전 정부들보다 훨씬 많았던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신규공급만 생각하는데 다주택자 비율이 40%”라며 “다주택자가 갖고 있는 기축 또한 공급 물량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최근 인허가 등 물량이 급감한 이유는 건설업계가 시장 전망을 비관적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문제인 상황인데, 건설업계가 지금 주택을 공급해도 시장에서 받아줄 수 없다고 판단해 사업을 보류하고 있는 시점”이라며 “최근 장기간 상승장을 겪으며 적정 수요량 이상으로 공급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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