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절만 시키려 했는데…" 최윤종, 첫 공판서 살해 고의성 부인

입력 2023-09-25 13:53   수정 2023-09-25 13:54


대낮 신림동 산책로에서 여성을 성폭행하고 때려 숨지게 한 피의자 최윤종(30)이 25일 첫 공판에서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성폭력 범죄 처벌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최윤종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이렇게 말했다.

수의를 입고 수갑을 착용한 채 법정에 나타난 최윤종은 재판 내내 몸을 삐딱하게 기울이거나 방청석을 살펴보는 등 산만한 태도를 보였다. 기소 범죄사실이 적힌 PPT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재판부의 질문에는 짤막하게 답하기도 했다.

최윤종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전체적으론 맞는데 세부적으로 다르다"며 "살해할 생각은 없었고, 피해자의 저항을 심해서 (살해하게 됐다). 기절만 시키려고 했는데 피해가 커졌다"고 범행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검찰은 이날 최윤종의 공소사실을 밝히면서 그가 범행 당시 피해자 A씨에게 한 말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최윤종은 A씨를 철제 너클을 낀 주먹으로 몇 차례 가격한 뒤에도 A씨가 의식을 잃지 않고 저항하자 "너 돌머리다. 왜 안 쓰러져?"라며 잔혹하고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

최윤종은 지난달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등산로에서 A씨를 성폭행하려 철제 너클을 낀 주먹으로 무차별 폭행하고, 최소 3분 이상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현장에서 약 20분간 방치됐다가 의식이 없는 상태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발견됐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다. 최윤종은 경찰관이 A씨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순간에도 갈증이 난다며 물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소위 '은둔형 외톨이'로 생활하던 최윤종이 성폭행 관련 기사를 보고 성적 욕구를 해소하려 범행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윤종은 범행 이틀 전 휴대폰에 '용기 있는 자가 미녀를 차지한다', '인간은 기회를 잡아야 해' 등 메모를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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