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산업데이터의 오·남용은 지식재산권 보호 침해, 산업기밀에 대한 부정 경쟁 같은 불공정행위로서 처벌될 수 있다. 다만 기계라는 자동화 설비에서 생성된 데이터에는 종종 개인정보와 비개인정보가 서로 분리하기 어렵게 혼재돼 있다. 이렇게 개인정보와 비개인정보가 섞인 데이터는 제조업뿐 아니라 다른 산업 영역에서도 다양하게 만들어진다. 산업데이터도 가공이나 유통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산업데이터와 개인정보를 완벽하게 분리하기는 힘들 수 있다.
중국은 산업데이터에 이미 소유권을 부여하고 데이터 거래소를 통해 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게 해놨다. 스마트 제조가 심화하면서 이런 데이터를 이용한 스타트업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이 몰려 있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은 회원국 다수가 개발도상국이고 경제발전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선진국을 추격하고 경제발전을 이루고 싶어 한다. 이에 따라 국가별 디지털 경제 계획은 국제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통상전략과 같이 연계되고 있다. 싱가포르와 브루나이를 제외하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주로 제조를 담당하고 있어 스마트 제조와 스마트 물류에 관심이 매우 많다.
국제표준화기구(ISO) 산업데이터위원회(TC184/SC4)에서 산업데이터 표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분야는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의 방식이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A사가 B사로부터 자동화 장비를 구매해 제조한다면 A사 글로벌 지사에서 만들어내는 제조 데이터는 B사 장비의 특성, 예컨대 해당 장비의 기술적 안정성 같은 속성과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스마트 제조 기계를 수출하는 국가는 독일 일본 미국 등이고 가치사슬에서 제조업이 발달한 나라는 한국 독일 일본이며, 제조 관련 산업데이터는 개도국에서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에 있는 아세안 국가들은 산업데이터를 포함해 기업이 처리하는 모든 데이터를 대상으로 데이터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할지 그 프로그램 운영 방안뿐 아니라 이 프로그램에 사용될 개별 구성 요소 단위에서의 구체적인 지침을 정하는 작업을 논의하고 있다. 이 작업은 국회 비준을 요구하지 않을 뿐 본질적으로는 역내 국가끼리 산업데이터 협정을 맺는 것과 비슷하다. 만약 역내 산업데이터 사용 지침이 통일되면 아세안 지역은 역내 공급망이 지금보다 더 통합돼 외국인 직접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데이터는 각국마다 조용하게, 하지만 신속하게 관련 제도가 정비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산업데이터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의 다양한 면을 주목해서 다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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