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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 9월 25일 오후 5시 13분
대한항공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매각하고 유럽의 4개 노선을 반납한다는 내용을 담은 합병시정서를 조만간 제출할 것을 두고 항공업계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EC는 지난 6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할 경우 유럽 노선과 화물사업 부문에서 독점 우려가 있다며 심사를 한 차례 연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 및 합병 시너지 감소까지 무릅쓰고 EC의 승인을 받기 위해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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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이를 따를 경우 통합 항공사의 핵심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대한항공은 이미 영국 심사에서 런던 히스로공항의 주 7회 슬롯을 영국의 버진애틀랜틱에 반납하기로 했으며, 중국에선 46개 슬롯을 토해내기로 했다. 심사가 진행 중인 미국에서도 양 항공사가 동시에 취항하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의 슬롯을 반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알짜 사업으로 떠오른 화물사업의 매각은 합병 시너지 효과를 반감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화물사업 매출은 3조원으로, 작년 전체 매출(5조6300억원)의 절반을 넘는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화물사업 매출(7조7200억원)을 더하면 합병할 경우 연매출 10조원이 넘는 큰 사업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양대 항공사가 합병하면 여객과 화물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봤다”며 “하지만 화물사업을 팔고 황금 노선을 줄줄이 외국 항공사에 내주면 국가 차원의 항공 경쟁력에도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EC의 경쟁 제한 조건이 과하다는 대한항공과 산업은행 내부를 조 회장이 적극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선언 후 3년째 합병이 완료되지 않으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조 회장이 고려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이 EC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합병시정서를 낸다고 하더라도 EC와 미국이 기업결합 허가를 내준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이들 지역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도 알짜 사업부인 화물사업 매각을 두고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승인할지도 미지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5일 “EC와 경쟁제한성 완화를 위한 시정조치안을 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다만 협의 중인 시정조치안 세부 내용은 경쟁당국의 지침상 밝히기 어렵지만 최종 승인을 받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차준호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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