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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의 대표 궁궐인 경희궁과 일제강점기에 사라진 서대문(돈의문) 일대에 이르면 2026년 역사문화공원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장기적으로 한양도성 사대문 중 유일하게 실물이 없는 돈의문을 복원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박원순 전 시장 당시 330억원을 들여 조성한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철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녹지로 단절된 경희궁지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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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6월 일본 출장 중 제시한 ‘서울 대(大)개조론’의 일환이다. 도시 곳곳에 시민들이 쉴 수 있는 녹지를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는 동시에 경희궁 일대의 역사성도 되살리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듬성듬성 배치된 시설들이 그동안 경희궁지와 특별한 연계성 없이 이용되고 있었다”며 “녹지로 시설을 연결하고, 시민들이 사방에서 진입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경희궁지 일대엔 공공시설뿐 아니라 구세군회관, 대한축구협회 등 민간 건물이 난립해 있다. 서울시는 공원화를 추진하면서 주변을 최대한 비우고, 녹지 쉼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서울교육청 청사가 2025년께 용산구 옛 수도여고 부지로 옮겨가면 공간 구성이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앞서 돈의문 터인 정동사거리부터 경희궁, 서울역사박물관, 정동길, 경복궁까지 모두 보행길로 연결하겠다는 목표를 공개한 바 있다.
박물관마을은 철거 수순 밟을 듯
돈의문은 한양도성의 서쪽 문이다. 일제강점기인 1915년 조선총독부가 도로 확장을 이유로 철거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 등은 돈의문을 복원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차량 정체와 예산 확보 등의 문제로 번번이 무산됐다.경희궁지와 돈의문 터 사이엔 오랜 주택가(돈의문 마을)가 있었다. 서울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돈의문 마을 일대를 재정비 촉진 지구(돈의문 뉴타운)로 선정했다. 시는 기부채납(공공기여)을 받은 부지에 근린공원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이후 취임한 박 전 시장이 재정비를 취소하고 도시재생을 추진하면서 마을 전체가 현재의 박물관마을로 조성됐다. 마을의 건물 40개 동을 그대로 보존해 전시, 교육 체험, 편익 시설이 가능한 역사 문화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서울의 옛 정취’를 지키겠다는 이유에서였다.
돈의문 박물관마을에는 관리를 위해 매년 20억~30억원가량의 시 예산이 투입된다. 그럼에도 방문자는 갈수록 줄어 ‘무용론’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서울시가 돈의문 일대의 공원화를 본격 추진하면 돈의문 박물관마을도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 시장은 6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돈의문을 복원하려면 주변 건물을 허물어야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는 돈의문 복원을 위한 기술 용역도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시는 12월 말께 두 용역 결과를 종합해 단계별 사업 추진 계획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문화재청 등 유관기관과의 협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5년께 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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