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을 고집하던 일본 연금 시장도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가 투자 상품의 비과세 혜택을 늘리고 도쿄증권거래소 차원에서도 증시 활성화에 나서면서 국민의 투자 관심도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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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에 해당하는 개인형확정기여연금(iDeCo)도 일본 정부가 가입자 증가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영업자 위주이던 가입자 요건을 2017년 직장인, 주부, 공무원으로 확대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DC형 퇴직연금과 iDeCo 동시 가입 요건을 완화했다.
iDeCo도 비과세 혜택을 내세운다. 납부 금액(월 한도 2만~6만8000엔)이 전액 소득공제되며 배당금 역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신 한 번 가입하면 만 60세가 될 때까지 자금을 빼낼 수 없다.
그런데도 iDeCo 가입자는 급증세다. 기업연금연합회에 따르면 iDeCo 가입자 수는 2018년 3월 86만 명 수준에서 지난해 3월 기준 239만 명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퇴직을 앞둔 일본 4050세대에게서 비과세 혜택을 누리기 위한 투자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4050세대 가입자 비중은 작년 3월 기준 70.8%를 차지한다.
스기에 준 일본 투자신탁협회 부회장은 “일본 공적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0%에 미치지 못한다”며 “안정적인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개인형 퇴직연금의 월 납입 한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투자자들의 성향이 바뀌고 있다. 일본 DC형 퇴직연금에서 주식형(일본·해외 합산) 투자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월 말 21.9% 수준에서 지난해 3월 말 38.5%로 높아졌다.
다카하시 가즈히사 일본 기업연금연합회 심사역은 “디플레이션 상황에선 원금보장형이 나쁜 선택이 아니었지만 최근 일본도 물가가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바뀌었다”며 “일본 정부의 자산 소득 늘리기 정책 역시 영향을 줬다”고 했다.
증시 활성화를 위한 대책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도쿄증권거래소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상장사에 주가 관리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대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계획 발표와 엔저 효과 등이 합쳐지면서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6월 33년 만에 33,000선을 넘겼다.
도쿄=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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