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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기업부채가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가계빚은 정책 대응이 없을 경우 2년 내 20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7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만성 한계기업’이 900개가 넘고, 이들 기업이 진 빚만 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 장기화를 예고하고 국내 시장금리가 다시 상승하면서 금융 불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3분기 105.7%로 최고치를 찍은 뒤 올 1분기까지 6분기 연속 감소했다. 이 기간 한은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면서 가계대출이 줄어든 영향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주택매수 심리가 살아나고,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멈추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4~8월 은행권 대출 증가만 25조원에 이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가계부채 비율을 (GDP 대비) 100% 이하로 낮추는 것을 정책 1순위로 두겠다”고 했지만 가계부채 비율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좀 더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별다른 정책 대응이 없다고 가정하면 향후 3년간 가계부채는 매년 4~6% 정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올해 2분기 가계신용이 1862조8000억원이므로 6%씩 늘어날 경우 1년 뒤 1974조원, 2년 뒤 2093조원에 달한다. 한은은 가계부채가 내년에 103%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가계대출 차주들이 진 빚은 소득의 세 배 수준으로 파악됐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의 소득대비부채비율(LTI)이 350%로 가장 높았다. 40~50대는 301%, 30대 이하는 262%였다.
기업의 신용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은 작년 말 기준 3903개로 집계됐다. 외부감사 대상기업(금융업 제외)의 15.5%에 달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상태가 7년 연속 지속되는 만성 한계기업은 903개였다. 이들 기업이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만 50조원에 달했다. 한은은 “장기(만성) 한계기업은 영업 손실과 이자 부담을 차입 확대를 통해 대응하며 존속해왔다”며 “재무 건전성과 자산 규모, 산업 특성을 검토해 구조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가계와 기업의 부채를 합친 민간신용의 GDP 대비 비율은 225.7%로, 전분기 대비 1.2%포인트 확대됐다.
한은은 “부채 축소와 자산가격 조정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금융불균형이 심해지면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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